세상에 .. 이럴수가요 ..
제가 내년에 나이 오십이랍니다..
언젠가 "넌 나이를 무엇으로 먹었니?"란 핀잔을 들은 적이 있었지요..
그땐 성질만 났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게 그리 쏘아붙였던 이는 그때 이미 철이 들었었나 봅니다..
나이 오십을 들고 오늘 가만히 앉았습니다.
오늘 함께 일하는 동갑내기 동료에게
"진짜 나는 열댓살 아이들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옛날 내가 그만할 때 나이 오십 된 아저씨 아줌마들을 바라보던 그 시각의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게 꼭 꿈속 일 같애" 라고 그랬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그이는 이삼십 대 아이들이 깍듯이 인사하면 품위있게 그 인사를 편하게 받아드는 것 같지만
저는 그렇질 못합니다.
남편의 후배나 제자들이 저를 어려워하며 깍듯이 인사를 하면
저를 어려워하는 그 자체에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아 여전히 저는 그들이 낯설고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딸애가 제게 참 잘합니다.
제 엄마가 심성이 여리고 유약하게까지 보이는지
의젓하게 위로까지 하며 잘 챙깁니다..
제가 미처 손이 미치지 못한 것이 있더라도
예전에 저처럼 '엄마가 뭐 저래?'란 마음없이 엄마의 미숙을 덮고 넘어가 줍니다..
그때마다 저는 속으로 그래요.. '쟤 인간성이 나보다 훨신 낫다..' 고 말이예요..
'본질적으로 나보다 마음의 그릇이 더 크다'고 말이예요..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도 지극히 정상적일지 모른다고요..^^
단지 세뇌가 잘 되지 않는 특이한 체질일지 모릅니다..
약속에 의한 사람에 속한 시간개념에 세뇌되지 않고,
대접에 세뇌되어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는 ..
세상에 .. 이럴수가요 ..
제가 내년에 나이 오십이랍니다..
돌아보니 해 놓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래 살아야 살아온 날 수의 반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인데 말이예요..
제가 세상에 내어놓은 두 아이 ..
정말 정직하게 제가 뿌리내린 땅에서
그 땅의 지기를 받아 올라온 묘목이었습니다..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는 진리를 깨닫는 요즈음입니다..
이기심에서 비롯된 성숙치 못한 비틀린 욕심이 그 묘목들의 앞에 높은 담으로 세워졌고
그 담으로 인해 자연의 해를 보지 못한채 욕심이 낸 인위적인 전깃불로
해를 삼아 자란 묘목들이 이제는
그 담의 높이를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반갑지만 너무도 두려운 마음으로 ..
' 그래 .. 이제 .. 이제는 ..
제대로 해를 보고 살아.. 자연의 바람과 자유의 새들도 보면서 ..
자연 속에 작은 자연의 하나인 너 자신을 느끼고 살아보렴 ..
내가 너희들에게 해 준 것이 있다면
그건 풍부한 감성과 비교적 선하고 정직한 심장 뿐이란다..
그것 말고는 솔직히 해 준 것이 하나도 없어..
그리고, 심장 안에서 멈추지 않고 늘 저절로 피어나는 사랑을 가진 엄마가 있다는 거..
너희들 비명소리에 일초도 되지 않아 저절로 비명이 질러지는 엄마란 이름을 가진 내가
너희를 바라보고 있다는 거..
비록 벙어리 기도이지만 그 간절함이 바람이 되어 하늘로 올려지고 있다는 거 ..
그것을 너희들이 받은 유산으로 삼아
진정한 정직은 크고 작은 일을 구분하지 않고 때와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과
진정한 겸손은 눈에 보이는 형태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하면서
가능하다면 화평케 하는 사람으로 산다면
사람과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야..'라고 ..
따듯한 눈빛으로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아버지.. 내일이면 또 딴소리 할련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서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당신의 공의가.. 그 공의의 바탕이 되는 당신의 사랑이 .. 어렴풋이 보일듯 합니다..
무엇이 거품이고 무엇이 본질인지가 가름이 될 것 같습니다..
물질이든 관념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최소한 양면성은 지니고 있어서
이땅에서는 결코 절대 좋고 절대 선한 것만으로 낱낱이 존재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낱낱의 존재도 문만 열고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그 하나의 우주가 펼쳐졌고
그 우주에서 한 점으로 또다시 시작이 되었습니다..
설사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이 기쁨의 세계가 되었든지 슬픔의 세계가 되었든지
아니면 아주 괴로움의 세계가 되었든지 말이지요..
그 문 자체가 관념이 되어 우리를 천국도 지옥도 황량한 벌판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천국도 지옥도 모두 상대적 비교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상대적 비교의 시작은 관념이었습니다..
하여 저는 오늘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취한 선악과는.. 사실 ..
죄의 올무가 되는 이기적인 욕심에 비롯된 '관념'이었을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너희가 그것을 먹게 되는 날에는 눈이 밝아져 선악을 아는데 있어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라는 말에서
선과 악은 사실 그것을 존재하게 하신 분의 뜻 안에 존재하는 빛의 도구일 뿐이었으나
사람으로 하나님을 배신하게 하려 한 사탄은
선을 선으로 세우기 위한 악을 채 이해하기에 역부족인 그들로
낱낱에 선악의 관념 아래 가두어지게 만들어
각각 그 관념이 내는 수많은 거밋줄같은 또다른 관념 아래
철저히 가두어지게 되어 그 관념에 매인 철저한 노예의 신분이 되고 말았다..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아버지..
제가 예수 안에서 온전히 죽는다는 것은 바로 ..
이제까지 저를 옭아매고 있던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하루 하루 일용할 양식과 오늘 밤을 편안히 쉴만한 자리와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예수께서 주신 새계명 "서로 사랑하라. 죽기까지 사랑하라" 는 사랑의 법 아래
제가 온전히 거할 수 있게 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저는 여전히 투명한 명주실처럼 질긴 관념의 줄에 철저히 매여 있습니다..
선과 악에 대한 관념의 줄은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 두는 믿음으로 끊어졌으나
육에 속한 애착에서 비롯된 관념들은 보란듯이 바람에 흔들리며 자신의 강함을 더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사실은 진실로 온전히 당신께 믿음을 두지 않는 저의 믿음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사망의 권세 아래 있는 저희들을 구하시기 위해
독사의 웅덩이와 같은 곳에서 그들의 먹잇감으로 온전히 자신을 내어 주시어 죽으심으로
당신 아버지 여호와의 의로우신 뜻으로 부활하사 당신 아버지의 우편에 앉으셔서
독사의 웅덩이와 같은 깊은 어둠의 세상에 빛으로 떠오르사
그 빛으로 독사들의 눈을 멀게 하고 힘을 잃게 하사
그 독사들의 징그러운 몸.. 독사같은 관념에서 풀려나 ..
그 빛을 향해 나아올 수 있는 자들의 자유의지 아래 그곳을 나올 수 있는 길을 예비하신
바로 그 사실에 저는 온전한 믿음을 여전히 가지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더이상 지식적으로만 당신 앞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정신 영역에서만 저의 주인으로 계시는 당신이 아니라
저의 온 몸을 주장하시는 당신이 되어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저의 눈을 열어 주시고 지혜를 허락해 주셔서
저를 옭아매고 있는 관념의 실체들을 깨달아 알게 해 주심으로
그 실체들을 이끌고 당신의 사랑의 확증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결케 하는 불 앞에 나아가
정결하게 하는 불 되시는 예수의 빛으로 기꺼이 태워버려
진정 예수 안에서 자유함을 입은 정결한 영혼이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무래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저의 괴로움들은
저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그 관념들을 스스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선한 선물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그렇지..'라 안심하며 오늘의 편지를 마칩니다..
진실로 당신은 공의로우시고 은혜로우신 저의 사랑의 하나님 .. 맞습니다.
제게는 .. 목에 칼이 들어와도 부인할 수 없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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