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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누구도 충고를 해주거나 당신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沈潛) 하십시오.
 
그리하여 당신께 쓰라고 명령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그리고 그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뿌리를 뻗어 나오고 있는지를 알아보시고 ,
만일 쓰는 일을 그만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기라도 하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당신의 생활은 비록 아무렇게나 다루어지거나 쓸데없는 순간이라도
그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당신의 슬픔과 열망 그리고 무엇이든
아름다움에 대한 당신 자신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나 믿음을 묘사하십시오.  
그것들이 내심에서 울려오도록 은근하고 겸손하게 묘사하십시오.
자신을 표현하기 위새서는 주위의 사물들, 당신의 꿈의 영상, 추억의 대상들을 인용하십시오.
 
당신의 일상이 비록 빈약하게 보일지라도 그걸 탓하지 말고 당신 자신을 탓하십시오.
창조하는 자에게는 가난이 없으며 그냥 지나쳐 버려도 좋을 빈약한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파고들어서 당신의 생명이 근원한 그 깊이를 음미하도록 하라는 겁니다.
그 원천에서부터 창작을 해야 할까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외부로부터의 보상 따위는 염두에도 두지 말고 무겁고 힘든 짐을 지고 가십시오.
창조자는 그 자신이 하나의 세계이어야만 하며,
자신 속에서나 그 자신과 어울려 하나가 된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은밀한 시간에 닿은 내심의 느낌을 통해서만  해답을 내릴 수 있는 의문에 대해서
밖을 향하거나 외부로부터 그 해답을 구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것만큼 당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은 없기때문입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 그것은 계산하지도, 햇수를 세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수목처럼 무성하도록 하십시오.
나무는 수액을 억지로 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봄의 폭풍 속에서도 의연하게 서 있습니다.
혹시나 그 폭풍 끝에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불안감을 갖는 일도 없습니다.
여름은 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영원이 그들의 눈앞에 있듯,
근심 걱정없이 조용하고 침착하게 거기에 서 있는 참을성 있는 사람들에게만 여름은 찾아옵니다.
저는 그것을 매일 익히고 있으며,
그것도 괴로움을 참아가며 배우고 있고
또 그 괴로움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끈기만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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