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오빠 꿈을 꾸었다.
나에게 좀 더 먹이려고 애쓰는 오빠와
좀 더 뭔가 해 주려고 애쓰는 마음이
언니에게 지나치게 보여 마음을 상하게 할까
나는 애가 쓰여 자꾸 불편하고 ..
가게를 마치려는 시간
단체 손님이 밤 늦게 왔으나
왠지 의시시한 조폭같은 사람들의 무리인지라
거절하지 못하고
동나버린 음식을 대신할 음식들을
마련하기 위해 주방장과 급하게 머리를 짜내는 상황이
나를 긴장시키고 있는 시간..
차 한잔을 마주하고 있는 큰 방이
점점 작아지더니 나를 움직일 수 없게 했다..
옆으로 걸어나갈 통로만 있는 그런 작은 일자형 방이 되고 말았다.
오빠의 자리..
혈육들 사이에 말없는 뜨거운 교감
기억의 공유.. 같은 마음의 자리 ..
얽힌 이야기들 ..
얼마 전
새벽 한 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해
오빠네 아파트 입구를 막 들어서는 순간 ..
그 입구에 미리 나와 키우는 개를 끌어안고 앉아 기다리고 있던 오빠의 마음..
그 마음은 보통 오빠들의 마음을 넘어 서 있었다..
남편이 오빠보다 한 살 많기는 하지만
언제 한번이라도 편하게 말을 놓는 법 없어
귀한 손님 맞이하듯 깍듯한 예우를 하는 까닭에
도리어 남편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격을 두고 있다는 서운함을 느끼게까지 한다.
그 배려 또한 보통 오빠들의 마음은 아니었다..
언젠가 내가 너무 힘들어 할 때, 급하게 내려와서는
"난 아버지처럼 너를 대할 수 없다..
난 네가 먼 날까지 생각하여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가도록 도와주겠다.."라 하였다.
뭐든 결정하고 나에게 통보만 해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해주겠다.."는 그 말에
나는 도리어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 말 또한 보통 오빠들의 생각은 아니었다..
전화가 왔다.
가게에서 한 이십 분 정도 거리에 싱싱한 해산물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배에서 막 내리는 꽃게를 살 수 있다고 한다며
너희네 것도 사서 보내겠다 했다..
그 마음 또한 오빠들이 여동생을 챙길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언니가 제 아무리 잘 한다해도 오빠가 저렇게 자상하게 챙기면
그 자상함에 언니의 마음이 묻혀버릴 것 같아 속이 상할 터인데 싶어
그리 달가웁지는 않고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빠가 보고싶은 날..
사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리 눈을 꼭 감아도
빛이 막 새는 곳에서 사진을 인화해 내는 것처럼 희미하게 떠오르는 아버지 얼굴 땜에 서러웁다..
아버지 얼굴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렇다고 사진을 꺼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왜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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