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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인생길에서 만나는 지극히 아름다운 길 한 모퉁이

따뜻한 동행 / 고정희
 

 

해거름녘 쓸쓸한 사람들과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봄 눈 파릇파릇한 숲길을 지나
아득한 강물이 내게로 왔네

이십도의 따뜻하고 해맑은 강물과
이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이
서로 겹쳐 흐르며 온누리 껴안으며
삼라의 뜻을 돌아 내게로 왔네

사흘 낮 사흘 밤 잔잔한 강물 속에
어여쁜 숭어떼 미끄럽게 춤추고
부드러운 물미역과 수초 사이에서
적막한 날들의 수문이 열렸네

늦게 뜬 별 둘이 살속에 박혔네
달빛이 내려와 이불로 덮혔네
저물 무렵 머나먼 고향으로 흐르던
따뜻한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외로운 사람들의 낮과 밤 지나
기나긴 강물이 내게, 내게로 왔네

사십도의 따뜻하고 드맑은 강물 위에
열 두 대의 가야금소리 깃들고
사십도의 서늘하고 아득한 강물 위에
스물 네 대의 바라춤이 실렸네
그 위에 우주의 동행이 겹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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