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제 발이 바닥에 닫지않아
물 속과 물 위를 오르내리며
짠물을 마셔대던
그 시퍼런 바다 속에서
평생을 사신 분이셨군요..
영혼의 머리칼이
물 속에서 물풀처럼 풀리면서
천천히 가라앉을 때
전혀 새로운 세계가 주는 푸른 적막감과
더해져오는 압력에 귀까지 웅웅거리며 울어댈 때
저는 혼절하였다면
당신은 당신의 몸을 괴롭혀
그 터질것 같은 압력에서 벗어나려 하셨나요..
선택하기 이전에
이미 고단함의 땅이 입을 벌려 당신을 삼켰지요..
그 땅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
그 유일한 길은 끝내 당신께 열리지 않았습니다.
빈센트 .. 빈센트 반 고흐 ..
저는 가난한 당신의 영혼이 조금도 낯설지 않습니다..
허허로운 광야에 먼저 길을 낸 동질의 영혼의 발자국에
제 발 도장을 찍어가며 걸어보는 길..
당신에게 바라는 바가 없어 소모시킬 것도 없기에
저는 몸 가벼운 새의 몸으로
당신이 낸 그 길 끝을 안스럽게 내다봅니다..
현실감 떨어지는 소년의 열정,
알고보면 질긴 생명력의 또다른 표현일 수 있는
끊임없는 사랑에 갈구.
이땅에 지극히 작고 초라한 것들에 대한 인간적 연민과 사랑,
철저히 고립시키고 무력화시키는 환경 속에서
내면에서 올라오는 위룽거리는 삶에 애착과 열정과의 불협화음,
철저히 나를 고립시키는 외부와 하나되어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에서
현실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부르는 강렬한 유혹..
쥐에게 우유를 먹이셨나요..
거밋줄에 걸린 잠자리를 풀어주셨나요..
그런 당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수근대던가요..
저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것은 저의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영혼이
가난한 당신의 영혼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빈센트.. 당신이 그러셨나요?
내가 보기에 목사들이 믿는 신은 이미 완전히 죽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신론자인가? 목사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러나 나는 사랑하고 있어.
내가 살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살아 있기에 내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니?
그리고 우리가 살아 있다면 반드시 거기에는 신비로운 무엇이 있어.
그것을 신이든 인간 본성이든 뭐든 원하는 대로 부르자.
확실히 살아 있고 현실인 그것을
나는 뭐라고 조리 있게 규정할 수 없지만,
확실한 뭔가가 있어.
그리고 너는 그 뭔가가 나에게는 신이라는 것을,
아니면 신이나 다름없는 것임을 알 거야.. 라구요.
당신은 참으로 정직한 사람이며
보이지 않는 진실을
굳이 말로 표현해내지는 못하여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그래요..
문자 속에 갇힌 신 ..
그 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은 적이 아예 없었던 신이었지요.
글자이고 그 글자를 되뇌이는 소리에서 어찌 사랑이 나올 수 있겠는지요.
그래요..
우리가 느끼는 사랑
그 사랑을 내는 근원이 신에게 있었습니다.
그 신이 당신께는 영적인 신성함으로 다가갔고
제게는 하나님으로 인식되었지요..
하지만 우린 그 사랑이 존재하는 곳에서
신의 신성함을 함께 느꼈던 것입니다..
빈센트 당신은 교리 속에 갇힌 사랑없는 신은 버렸지만
인류의 삶과 온 자연에 관계하는 어떤 영적인 신성함의 존재는 인정하고 믿었으며
그 신성한 존재의 후광 아래있는 이땅에서 낮고 천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 이들의
이웃이요 애인으로 다가갔었지요..
저는 당신이야말로
신의 이름으로 호령하고 있는 생명없는 교리에 물들지 않고
진정 영적인 신성함의 존재와 한 마음으로 살다 간
지극히 아름다운 자연 ..
제가 평생 기다리던 진정 사랑하고픈 님이셨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던 이에게서 들어야 했던
"안돼.. 정말 안돼!!"라는 철저한 거부의 외마디가
그토록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이던가요..
그때 느끼던 고통의 수위가
촛불에 손을 그을리고 귀를 자를 때의 고통 아래
잠시 잊을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나요..
가난한 영혼..
당신은 정말 철저하게 가난한 영혼이셨습니다..
이땅에서 당신을 직접 만나 사랑을 이뤄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게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제 가슴에 옥색 푸른빛 감도는 당신의 초상화를 새깁니다..
빈센트라는 아름다운 이름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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