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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큰 파도 속에서

부산 센텀에 세워진 신세계 백화점이 크기 면에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지하를 파 내려가다가 온천이 터져서 스파까지 만들었고

아이스링크와 함께 영화관 대형서점 마트 쇼핑몰까지 합쳐서

그토록 넓은 땅을 채운다 하니 기네스북에 올라갈만도 하다.

그곳 스파에 다녀온 이들은 시설적인 면에서나 넓이 면에서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현재 지어져 있는 건물로만도 하루 종일 그곳에서 놀아도 시간이 모자란다 하니

지금은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곳과 공터까지 계획대로 다 건물을 지어 올리고

점포를 낸다면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소비 도시 하나가 생기는 것 같을 것이다.. 

 

오늘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오랫만에 그곳에 들어가 보았다.

난 역시 도시체질이 아닌지 화려한 좋은 물건들과 현란한 음악 그리고

산만한 물이 흐르듯 스치는 많은 사람들 자체로 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내색하면 옆사람의 호기심에 지장을 줄 것 같아서 내색은 못했지만 ..

 

얼마나 다양하고 화려한 먹거리가 있는지 .. 놀라고 놀라면서 ..

얼마나 화려하고 좋은 물건들이 많은지 .. 놀라고 놀라면서 ..

얼마나 큰 돈들이 그저 한낱 한 여자의 몸에 화려한 치장에 쓰여질 수 있는 것인지에 놀라고 놀라면서 .. 

 

본디 내가 좋은 질감 .. 아름다운 무늬 .. 그리고 청량한 색감의 조화로 이루어진 천들을 좋아하지 않던가..

그래서 스카프나 쇼울 ..손수건  .. 식탁보 .. 이불 ..등에 애착을 가지는 편인지라

그런 종류를 살펴보니 역시 눈이 가는 것들은 모두 수입재였고 그 가격 또한   ..  세상에 ..

눈에 들어오는 쇼울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 팔십 만원 대 ..

아무리 세계적인 명성의 출신 성분을 가졌기로서니 ..

이런 기분일 때 '헉..'으로 쓰던가..

그것이 얼굴과 몸에 배인 품격을 바꿔놓겠는가 라며 내심 비웃으며 걸어나올 수 있는 것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며 산 누적된 세월의 경험에 의한 것이지 싶었다.. 

 

몰리는 인파 속에 한 사람으로

그 인파 속에 또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

나는 앞으로 내 아이들의 세대 아니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세대가 걱정이 되었다..

 

다양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음식들 ..

음식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단순하고 순수한 맛에서 멀어지는 시합을 하기라도 한 것인지 ..

빵들과 케잌들은 또 얼마나 화려하던지 ..

그 옛날 국민학교 때 .. 무상으로 배급되던 옥수수 빵.. 그 담백하던 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요즘 애들에게 그 단순하고 담백하던 빵의 맛을 느낄 수 있을련지 의문스럽다..

단순한 자연의 맛을 잊어갈수록 나는 건강에서 멀어지는 식생활 패턴으로 가는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애들이 갈증나면 이온음료나 쥬스를 찾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질세계는 사람이 당연히 가지게 되어 있는 정신세계로의 집중을 막고

그 영역을 아예 황폐하게 시키려고

시간을 뺏고 눈과 귀를 자연의 것이 아닌 인위적인 것에 매료되도록 길들이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이룩한 물질계는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정신계를 황폐시키면서

그 정신계의 깊은 근원이 되고 있는 우주의 진리 즉 우리를 내신 신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나처럼 자연의 것에 길이 들여진 눈에 그 다양하고 화려한 음식들이 사람의 건강을 잡아먹는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김이 모락모락나고 기름지고 맛난 음식이 가득찬 위험한 식당들같이 보이겠지만

그 자연의 것보다 강한 향신료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에겐

환상적인 맛의 천국으로 느껴질 것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옷들은 어떤가 ..

그 멋진 옷들을 자기 것으로 누릴 수 있는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눈에 비친 그곳은 

헛된 행복의 망상을 키우는 동산이요 불필요한 자부심과 위축감으로 진정한 자기혼란을 가져올 늪지였다..

 

요즘들어 유난스레 먹고 싶던 맵지만 깔끔한 맛의 냉면과 진짜 녹두를 갈아 만든 빈대떡을 먹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소비했던 시간과 걸음이 아까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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