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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그래 ..좀 돌아서 가지 뭐!

해질녘 노을진 하늘 아래

영화 맘마미아에 나오는 '아바'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딸애와 나는 놀러 나갔다..

나는 저녁준비를 생략하고

딸애는 학원을 모두 정리하고서 ..

 

흥이 많은 딸애는 

아예 행복하게 눈을 감고

가벼운 몸짓으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속으로 그랬다.

너는 나보다 훨신 건강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

 

행복하지 않고서는 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아이는 그랬다.

행복하지 않아서 죽고 싶었다고 그랬다.

그래도 엄마 아빠를 많이 생각해서 학교를 가지않는 정도로 그쳤다고 그랬다..

 

청천벽력같은 그 소리는

내가 살아온 근간을 뒤흔들어 놓은 소리였다.

 

아들아이의 사춘기를 걱정했으나

오히려 밝고 명랑한 딸애가 이렇게 모진 사춘기를 겪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더더욱 이제껏 열심히 해 오던 것이 아깝다 싶도록 

공부로 봐서는 너무도 중요한 시기에 ..

 

인생을 생각하고.. 그 인생에 행복은 필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

그 문제는 그 시기에 공부와 병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병행이 안된다면 공부보다 더 먼저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나는 인식했다.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말이지.

난 딸아이처럼 생은 행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감히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주어진 환경에 나를 맞추며 평화롭게 사는 것만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 

딸아이는 내 인생의 虛를 찌르고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나에게 ..

그래도 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던 나는 결혼 21년간의 세월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던 배경이 되었던 그 전의 27년간의 세월도 ..

 

아이는 행복이라는 도전장을 현실 앞에 내 놓았다.

 

얼마전 ..

블로그를 무기한 닫아놓겠다는 뜻을 밝히던 날 ..

평소대로 학교 앞까지 등교를 시켰던 딸애가 학교에 오질 않았다고 전화가 왔었다.

납치? 가출? 둘 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침이 다 열리고 시계가 정오를 향해 달려갈 즈음

문자가 왔었다.

잘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

머리를 식히러 학교에 가질 않았노라고 ..

번호가 뜨질 않은 상태로 ..

 

해가 넘어가고 사방이 어두워질 즈음

거의 초죽음 상태에 있던 나는 아들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잘 다독거려 학교로 돌려보냈으니 걱정마시라고..

절대 야단치지 마시라고 ..

 

집에 돌아온 아이는 이미 눈에 익은 남방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

대학가 스타벅스 커피샆 구석에서 종일 공부했었노라고 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모 대학 도서관에 가 있을 확률이 크다고 하셨는데

아이가 선택한 곳은 스타벅스였다..

 

나중에 왜 그곳에 갔냐고 물으니

행복하고 자유스러운 기억이 나는 곳이 그곳이어서 그랬다고 했다.

 

......

 

세상에 ..

그 아이에게 자유스러운 행복이 느껴지던 곳이 어찌 그곳이 되었을까 ..

 

온 가족이 함께 그곳에 간 적이 한번 있었고

시험을 아주 잘 봐서 기분낸다고 내가 데리고 나가

예쁜 운동화를 사주고 돌아오는 길에 나랑 들러서 그린티를 마신 적이 전부 다였는데 ..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도 보고 목욕도 함께 하면서

나는 아이에게 그랬다..

이제 나의 가슴에 별로 떠 오른 네 영혼은

더 이상 내 품의 딸은 아니라고 ..

서로의 가슴에 떠 있는 밝고 커다란 별로 존재하자고 ..

 

사춘기를 겪고 있는 너와 제 이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서로의 별이 되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향한 여행을 함께 하자고 ..

강요가 아닌 충고와 의견 교환을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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