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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지시여 ..

이 땅에 어딘들

당신을 향한 기도처가 되지 않겠습니까만,

시골 한적한 교회

낡은 나무 단상 아래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당신께 깊은 마음을 내어 놓고 싶습니다..

 

제가 느끼는 당신께서는

무수한 빛의 세계 자체이시나

제 영이 흐려지는 시간이면

흐려지는 시야만큼

이제껏 저를 가두던 외형적으로 틀지어진 인위적인 구속들이

안개처럼 다가와

당신을 향한 저의 사랑을 매도하기 시작하고

당신의 저를 향한 사랑에 의심을 가지게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  

그런 모호한 안개와 

햇빛 앞에 너무도 당당히 쳐놓은 튼튼한 거밋줄을 만난 적이

어디 한두번이었겠는지요..

 

저는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듭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보라지.."

"바람을 막아 길을 만들고 그 길 위로만 지나다니라고 해 보라지.."라구요..

 

사랑하는 아버지..

이제 돌아보니

제 삶은 축복 자체였습니다.

제가 그토록 원하던 모든 것은 제가 이미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당신 앞에 저의 죄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수없이  "내 인생이 나를 사기치는 것 같애"라고 울어대던 시간을 말입니다..

그 말 안에는 당신을 원망하는 마음이 배여있었기에 그렇습니다..

 

저는 제 앞치마를 들고 그 안에 햇빛을 가득 담아 달라고 간구했더랬습니다.

다른 곳에는 햇빛이 가득한데 유독 제 앞치마에만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햇빛을 넘치게 받아 놓고서 저런다고 한 소리씩 하였지만

저에겐 도리어 그 소리가 상처가 되어

나의 고통을 아무도 모른다며

더 소리내어 울곤 했었지요..

 

하지만 이제 저는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구한 것은 제 앞치마에 가득한 햇살 정도였으나

당신께서는 아예 오후의 뜨거운 햇살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께서 주시는 해의 방향을 등지고 서서

제 그림자로 가려져 빈 앞치마를 보고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제 앞치마에 담겨진 어두움은 다름아닌 저의 그림자였던 것이었습니다..

 

아.. 아버지..

당신께서는 제가 소원하던 그 모든 것을 모두 주셨습니다.

넘치게 받고서도 제 그림자로 그것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슬퍼하자

저를 돌려 세우시고 더 좋은 축복으로 저의 바램들을 채워주셨습니다..

 

아.. 아버지..

無의 존재였으나 생명을 주시고

그 생명의 조상 원죄로 사망의 권세 아래 있을 때

제가 태어나기도 전 .. 저의 생명이 예측되기도 전 아득한 이천여 년 전에

이미 당신의 아들이자 우리에겐 둘째 아담으로 그 사망의 권세를 끊어 내게 하시고

그를 부활시켜 당신 옆에 올리우심으로

그의 부활과 그의 사랑의 약속을 믿는 저로

그분의 후손이 되게 하셨습니다.

당신의 이름도 모르던 초라한 이방인의 딸인 저에게도 말이죠.. 

 

아.. 아버지 ..

이땅에 태어난 한 생명으로서 이제 더 이상의 소원은 없습니다..

오늘 저녁이면 또 다른 소원이 생겨 당신께 애원의 눈길을 드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바람같은 저의 욕심에 의한 것 임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미 당신께 받을 모든 축복과 용서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다 받은 상태였습니다..

 

저..

너무도 죄송하고 부끄러워

감사하다는 인사도 채 못하고

두 손을 아래로 모으고 고개숙여 눈을 감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정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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