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날
봄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완연한 봄날씨에 눈을 들어
땅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넋을 잃고 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마음에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그 바람은 "아버지께서 널 좀 보자고 하셔"란 전갈이었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바짝 들어
제 머리에 손이 올라가 머리를 쓸고 가다듬고
옷을 바로 여미고 가만히
저 안에 있던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급하게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꼭 저 어릴적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의 말 심부름꾼은 늘 저였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전하러 늘 한 사람에게만 바람처럼 달려갔습니다.
그 한 사람은 가정교사를 집에서 기다리게 해 놓고 친구와 놀러나간 오빠였습니다.
제가 나타나면 오빠는 저승사자를 만난것처럼 낯색이 변했습니다..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몰라 !!"
"아버지가 지금 당장 오래.."
"알았어.. 먼저 가.."
"안돼 !! 아버지가 같이 오랬어.."
" ... "
오늘 겨울을 채 벗지 못한 이 화사한 이른 봄날에
갑자기 오빠 생각이 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딱히 잘못한 것은 없지만 왠지 기분좋게 달려나가지 못하고
옷 매무새를 둘러보는 저는 뭔가 아버지께 감추고 있는 것이 있는 걸까요?
아버지.. 저는 지금 웃고 있습니다.
보이세요?
아침부터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은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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