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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서 꺼낸 등불 하나 들고 ..

간밤에 금섭이를 보았습니다.

자두를 맛나게 베어 물고 웃고 있었습니다.

 

"이 자두 말이예요

제가 심어 키운 묘종에서 하나 열린 거예요.

글쎄 제가 먹고 난 씨를 심었는데

거기서 싹이나고 자라더니

벌들이 다녀간 이후로 수정이 되었는지

하나가 열리더라구요.."   

 

"그래 너다운 이야기다.."라며

그 아이를 향해 가볍게 웃다가

잠에서 깨였습니다..

청바지에 밝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 아이가

가벼운 햇살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

몇 년 전에

전라도 어느 산에서 낙뇌를 맞고 죽어

이 세상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아이라는 사실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길 내내

제 가슴의 하늘은

하현달이 뜨고 별들이 떠 오르는

온통 캄캄한 밤하늘이었습니다..

 

아버지..

오늘 아버지께선 저에게

오색 무지개의 밑그림 위에 까만 크레파스로 칠해진

까만 도화지와 그 위에 긁어 그림을 그릴 도구 끌을 내어 주신 것 같습니다.. 

 

까만 하늘 같은 도화지에 날카로운 끌을 연필삼아 그림을 그리면

그 속에서 오색 무지개빛이 피처럼 베어 나오겠지요.. 

오늘은 그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아플듯 합니다..

 

하지만 .. 

저는 제 가슴에서 꺼낸 등불을 들고

그 무지개빛 피를 들여다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등불을 들고 ..

그 무지개빛 피가 흘러 그림이 된 그 그림을 

불혹의 나이를 거의 마쳐가는 담백한 눈으로

다시 조심스레 살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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