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따라 어디를 다녀왔냐고 물으셨는지요?
그림 한 장을 드리겠습니다.
사막에서의 오후였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제가 가던 길 앞으로
산같은 모래언덕이 생겼습니다..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서쪽으로 점점 기울면서
햇빛을 받는 쪽과 받지 않는 쪽으로 날카로운 선을 그리며
갈색과 짙은 갈색의 두 가지 색으로 나뉘어졌습니다..
하얀 천으로 얼굴과 어깨를 두루고 있는 흰색 천에까지 그림자가 비춰져
어두운 유령처럼 한 사람이 서 있는 그림입니다..
그림 속 주인공은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바람은 저 언덕을 어느 순간엔 잔잔한 바다처럼도 만들 수 있겠지 ..
산같은 모래 언덕도 ..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도 ..
모래 물결과 지열로 어른거리는 시야도 모두 시막에서의 꿈 ..
생명이라고는 나의 호흡으로만 느껴지는 한 낮의 진공상태 ..
숨이 잦아드는 순간엔
이 질식할 것 같은 순간의 기억도 ..
생명의 환한 빛 속에서 하루로 산 아름다운 기억으로 떠 오르겠지 ..
까만 바탕의 벨벳 천에 크고 작은 보석들이 박혀 있는 시간
그 보석같은 별들을 불러 내가 어느 곳에 있는지를 물어 봐야지 ..
저의 그 생각들이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황금색 밝은 해를 향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얼굴을 감싼 하얀 차도르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동자가
그 해를 향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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