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 전 ..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왔었지요.
말은 빨랐지만 영 걸으려 하지 않았던 제 아들아이를 업고
이사를 왔었지요.
그때 저희 집 부엌 쪽에서 보이는 아담한 언덕은
제가 좋아하는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 소나무 숲은 자그마한 산길로 이어졌었구요.
해질녘이면
아이 하나 일 때는 그 아이를 업고
둘이 되었을 때는 하나는 걸리고 또 하나는 업고 그 언덕을 올랐지요.
지대가 높아 노을진 하늘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하늘에 별과 달이 뜨는 검푸른 하늘이 다시 돌아올 즈음
내려오는 길에 스치는 저녁바람에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제 기억에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땐 선녀옷을 잃어버려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의 마음으로
하늘을 그리워하며 기도를 하노라면 ..
꼭 그때마다 큰애가 그 기도를 끊었지요.
"엄마.. 지금 무슨 생각해?" 라고요..
그때가 바로 엇그제 같습니다.
어느날
늘 오르던 언덕 주변에 소나무들이 잘려나가고
황폐해지더니 그곳에 학교가 세워졌습니다.
그래서 그 소나무숲 언덕은 저와 제 아이들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언덕이 되고말았습니다.
학교의 모든 창문은 동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가면 장산이 나타나고 그 장산을 넘으면
동해 앞바다 해운대가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해운대 앞 바다에서 올라온 해는
제가 아침마다 보는 학교 유리창에 한 날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신새벽 캄캄한 중에 약간의 붉은 기운과 푸르스름한 기운이
동쪽을 향하고 있는 유리에 비쳐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순식간에 날이 밝아옵니다.
저도 동쪽을 향해 난 창문이고 싶습니다.
새 날의 해가 떠 오르는 것을 그대로 비추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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