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 하나도
굳이 우리 약국을 찾으시는 아주머니 ..
몇 년 전에 암 수술을 받으신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분은 걱정스러워 하셨지만
보는 우리는 이게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한 일 년정도 보이시지 않으셨고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분을 서서히 잊어갔다.
얼마 전부터 그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은 왼쾌되었다 하셨다.
우리가 보기엔 발음이 영 시원치 않을 뿐더러
걸음걸이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건만 ..
오늘은 피로 회복제를 달라고 하시면서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으신 것 같았다.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없는지
어떻게든 대화가 시작되면 끝이 날 줄 모르는 분이라
상황이 바빠져도 도중에 말을 끊는데는 여전히 익숙되지 않는 나여서
조심스럽게 간단히 눈으로 '무슨 좋은 일?' 물으니
취직이 되셨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뻐하고 흡족해 하시는지 ..
재활용 센터에서 작은 물건을 분류하는 일이라 하셨다.
내가 바쁜 것을 눈치채고는 당신도 손동작으로 간단히 말씀하신다.
"옷도 사 입었어.."라고 ..
내 눈엔 늘 입고 다니시는 바지랑 별 다를 것도 없는 바지이고
윗 옷도 새로 산 옷 같지도 않은데 ..
소리내어 재차 웃으시며 몸을 움추리기까지 하며 나가시는 모습이
눈에는 밝은 대낮에 뛰어다니는 소박한 어린아이 같기만 한데 ...
가슴에는 그 상황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그려졌다.
회색과 검은색 그리고 검은색 섞인 자주색
그리고 역시 검은색 섞인 곤색이 막 섞인 추상화 였다 ..
오늘 종일 듣고 있는 음악이 그 그림을 더더욱 무겁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런 기분은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 글로는 도저히 표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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