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10분 전 ..
혹시나 싶어 남편에게 전화를 넣었다.
음악하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아이를 내가 데려가겠노라고 신경쓰지 말라고 말을 했었지만
가능하면 올 때 데려오겠노라 하였기에
전화를 넣었었다.
전화기를 통해서 부산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싶었던 기대는 무너지고
바로 마음이 급해져왔다.
솔직히 노트북을 붙잡고 있다가 시간 가는 것을 잊고 있었다.
늦은 감이 있어
속으로 '무슨 엄마가 이러냐? '고 스스로를 나무라며
급하게 주차장 쪽으로 나갔는데 내 차가 없다.
생각해보니 내가 찾는 차는 남편이 타고 나갔고
오래된 겔로퍼를 며칠 전에 우리 아파트 앞
학교 후문 언덕빼기에 세워뒀던 것이 생각났다.
아찔했다.
안개가 언덕을 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개는 언덕의 허리까지 짙게 내려와 있었고
겔로퍼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상황 ..
안개 속을 걸어 들어가 차문을 열고
안개 때문에 후진을 하 수 없어서 학교 안까지 들어가 돌려서 나와야 하는 상황..
한밤중에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무서운데
부슬비 내리고 안개 가득한 학교로 들어가는 것은 ..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도저히 못할 것 같았다 ..
나는 도저히 못 해내겠지만 ..
아이 엄마는 그 안개 속으로 들어가 더듬어 키를 꽂아 라이트를 켜고
학교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갑자기 들어가는 것처럼
내 심장은 음찔음찔 하였지만
아이 엄마의 손과 발과 눈은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이런 엄마의 마음으로 키워졌구나..' 라고 ..
아이한테 이 이야기를 해주니 그냥 막 웃는다.
가볍게 .. 진짜 가볍게 ..
저도 내 나이 되어 보아야 내 심정을 알 것이지 ..
오늘은 그동안 너무도 무심히 지냈던 어머니들을 찾아 뵈어야겠다.
우리는 그분들께 진짜 큰 사랑의 빚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에게는 무심하면서
어찌 아이들에게는 조금 이라도 못 해 주는 것이 있으면
어찌 그리도 쩔쩔매게 되는지 ..
참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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