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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

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들이 제 철을 맞았습니다.

 

바깥 나들이를 즐기지 못하고 사는 저는

저 나무들이 자기 이름에 어울리는 옷을 갈아입을 즈음에서야

가을이라는 계절이 제 옆에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에게 가을은 저 은행나무 길에서 진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엔

이 땅에서 저보다 먼저 인생을 살다 간

어느 시인의 싯구 하나하나가 낱낱이 떠오르더니

차창 앞으로 내리는 아침햇살의 화사한 빛을 받아

보석처럼 제 가슴에 아로새겨졌습니다. 

 

 

주여, 때입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마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에게 결실을 명하십시오.

열매 위에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주시고,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 송이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계속 고독하게 살 것입니다.

잠자기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고

그리하여 낙엽이 뒹구는 가로수길을 불안스레 이리저리 헤매고 다닐 것입니다.

 

 

아버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이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며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듯이 ..

자연을 닮은 사람 또한 그 자연과 같아서

그들의 꾸미지 않은 진솔한 생각과 표현들로

이 땅에 둔 당신의 뜻과 섭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이죠.    

 

저는 오늘 이 시로 ..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고 선 지금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할 지를 ..

무엇에 열심을 내고 살아야 할 지를 ..

깨닫습니다.

 

그래요.. 아버지..

그 시인처럼 저도 더 이상 집을 지으려 하지 않고..

더 이상 고독을 피하려 하지 않고

제 이름의 나무에게 있을

또 다른 의미의 기회의 시간에 지극히 충실하여

당신 앞에 .. 보이는 자연 앞에 ..

자연의 건강한 모습 있는 그대로를 더 잘 드러내어

가을을 맞이한 건강한 모든 자연들과 함께 당신의 섭리 안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틀간의 남국의 뜨거운 햇볕을 더 비춰주셔 달라고

당신께 간구드려야 겠습니다. 

 

 아버지..

저에게 따가운 가을 햇살을 허락해 주셔서

제 나무가 이 계절에 지극히 더 충실할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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