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습니다.
그 시간이 ..
내 生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무게를 두었습니다.
제 호흡과 함께 ..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마음에 담기는 것이
제 인생에서 거둔 마지막 소산인줄
그렇게 여겼습니다.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한 손엔 바구니를 가슴에 붙이고
다른 손으로는 연신
제가 가지고 싶었던 열매들을 담았습니다.
설익은 풋열매들이었지만
열매의 이름들을
그 열매의 가치로 여기고는
열심히 담았습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이 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제 바구니에 담긴 열매들은
자기 이름이 아닌 다른 얼굴로
시들고 있었습니다.
썩는 것도
쭈글쭈글 말라버리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하나 하나 골라내어 버리면서
그 열매의 이름들까지 버리며 슬퍼했습니다.
결국 하나도 남지않게 되었을 때는
뜨거운 햇볕에 제 살갗은 이미 다 타버려
볼품없이 되었고
땀과 먼지로 얼굴은 얼룩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정말 간직하고 싶었던 것을
결국 소유하지 못하게 된
헛된 몸부림의 날들이
바로 내 인생이 되었다'고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제 삶에 가졌던 애착만큼 슬프게 울었습니다.
이른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그 차갑디 차가운 가을비는 제 심장에 남아있던
슬픈 여운의 온기까지 식혀버릴 정도로 잔인했습니다.
그리고 여름 옷을 입고 있었던 저는
얼어 죽은듯 잠들었고
따가운 가을 햇살에 다시 잠이 깨었습니다.
울면서 버린 열매들로
제 손에는 빈 광주리만 들려 있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산불이 난 것 마냥 가을이 깊어 있었습니다.
화려한 가을 햇볕을 받고 춤을 추고 있는 억새밭에서 부는 바람이
늦가을 오후에 선잠을 깬 아이처럼
멀뚱멀뚱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 제 정신을 깨웁니다.
주변에 온통 갖가지 울긋불긋한 열매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향기로운 꽃들도 가득합니다.
저는 제 가슴에 당겨 안은 광주리에 ..
하얗게 핀 억새풀도
향기로운 꽃들도
제가 좋아하는 색의 아름다운 꽃들도 담습니다.
이젠 이름이 아닌 실체의 열매들로 담습니다.
그리고 풋내나는 열매를 담으며
그 이름으로 즐거워하던 봄날의 어설픈 춤과
말라버리고 냄새나 버리며 울었던 어린 시절의 서러움에
아파하던 그 때를 추억해 봅니다.
그러나 후회는 않습니다.
그 때의 슬픔은
오늘의 기쁨들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해 주는 거름이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참으로 신실한 분이셨습니다.
어린 소녀의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던
그 진실한 소망들을 모두 이루어 주셨으니까요..
저는 완전한 사랑을 꿈꿔 왔었지요.
친구들이 그랬습니다.
"그런 건 아예 없다구요.."
그러나 당신께서는
당신께서 친히 그 사랑을 보여주셨고
그 사랑을 보내주셨으며
당신의 사랑에 믿음을 두는 저희들로
그 사랑을 가능케 하셨습니다.
육체의 구속과 한계를 넘은
차원 높은 사랑을 .. 말이죠.
저는 당신께서 주신 이 생명력을 너무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혀 제가 무가치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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