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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모두 흑백사진입니다.

돌아보니

모두 흑백사진입니다.

 

큰 산도 언덕에 불과한 것이었고

커다란 바위도 한낱 조약돌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환희도 웃음도 모두 아지랑이였고  

눈물도 이슬같은 것이었습니다.

 

심장이 멎을 것 같던 슬픔도 지나가는 천둥이었고

만남의 기쁨도 잠깐 번뜩이던 번개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모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캄캄한 수풀 속에서 반딧불이 같은 밝은 빛 하나가 날아올랐고

그 빛이 가는 길따라 기쁨과 기대에 찬 두 눈동자가 따라 날아올랐을 때

마침내 간절한 눈빛에 그 반딧불이 하나는

초라한 계집아이 심장에 들어와 박혔습니다.

 

기분 좋아 작은 여치같이 폴딱 폴딱 뛸 때마다

그 아이 심장 속에 반딧불이도 반짝 반짝거렸고

하찮은 일에도 온 얼굴에 얼룩이 지도록 연신 팔등으로 눈물을 닦아 낼 적에도

그 반딧불이는 반짝 반짝거렸습니다.

 

낮에는 있는지도 모르게 있다가도

무서운 어둠과 두려운 고요가 다가오는 시간이면 

내 심장에 박혀있는 보석같은 빛을 의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새벽이 시작되고 아침이 돌아오면

또 그 존재를 잊었습니다.

 

소녀는 늘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발길은 또래 다른 소녀들이 모여 놀고 있는 곳이 아닌

그 옛날 수풀 속에서 점같은 반딧불이 하나가 나왔던

그 길목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

 

혼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심장에 박혀 빛을 내고 있는 그 반딧불이와의  오랜 동행으로 

다른 이들과의 사귐이 그리 자연스럽게는 되지 않게 된 까닭이었습니다. 

 

소녀는 그들의 언어가 낯설었고 그들은 소녀의 대화가 지루했습니다. 

무리 중에서의 이질감은 ..

나는 혼자라 중얼거릴 때의 스며는 외로움보다 더 고독하였습니다.   

나는 혼자라 하면서도 실상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계속 생각은 샘솟듯 솟아났고 유영하였으며

유영하는 세계는 저로 모두와 평화를 이루게 도와주었으니까요..

때로는 그 반딧불이가 내는 선의 아름다움으로 아주 많이 행복해지기도 했었으니까요..

 

그 반딧불이는 성령이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어린 풀여치같은 어린 소녀의 심장에 어찌 그 오랜 세월동안

어떻게 그리 계속 하나님의 생각이 .. 우리 예수님의 은혜가 ..머물며

계속 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꼭 운행하는 바람과 같았습니다.

바람처럼 있는듯 없는듯 ..

느껴지기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고 ..

보이지 않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나 ..

바람은 영적인 계절을 계속 연이어 몰고 왔고 ..

 

다가오는 계절은

저로 당신을 보다 더 많이 알게 만들었고

보다 더 신뢰하게 만들었으며 ..

더 나아가 당신을 깊이 사랑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주신 영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참으로 먼 길을 왔습니다.

참으로 초라한 어린 소녀를 오랫동안 보호하여 오셨습니다.

어떤 믿음의 배경이 없던 어린 소녀를 영으로 붙잡아 지켜오셨습니다.

때로는 겁없고 당돌한 아이의 못된 짓에도 내치지 않으시고 인자하게 품어오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참으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조금도 귀하지 않은 야생화가 땅에 뿌려지고 싹이 나고 꽃이 피어

자신의 생명을 전해 이 땅에 뿌릴 씨앗을 잉태할 수 있게 된 지금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바람을 막아주시고 때때마다 햇빛과 물을 주시며 기다려오셨습니다.  

 

사랑이었습니다.. 은혜였습니다 ..거룩한 뜻이셨습니다.

 

돌아보니 지나온 모든 날들이 흑백사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버지.. 앞으로 저의 실제는

저의 흑백사진의 연속이 아니게 하시고 

당신께서 저에게 주셨던 사랑과 은헤로 이루어진

예수 안에서의 새 생명으로서의 발걸음이 되게 해 주시기를 바라며

이제부터 내는 사진이 당신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한 존재의 흔적이 되게 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저에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

당신의 도움을 구하며 인자하신 당신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오늘 가만히 저의 지나온 날들을 더듬어 보면서 ..

저의 인생이 시작되기도 전에 ..

이미 나실인으로 구별된 이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시온성의 나실인이든 .. 문지기이든 .. 저는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 계신 선한 곳에 저도 함께 있고픈 그 마음만 받아주시면 저는 조금도 개이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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