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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신 아버지 ..

거룩하신 아버지 ..

 

당신께서는 ..

저의 생각과 정신과 마음과 육체가 숨쉬고 있는.. 

시공간의 주인이십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저는 이제껏

잠자리의 눈으로

당신을 헤아리고 있었나 봅니다.

 

당신께서는 ..

오늘 당신의 거룩하신 상태를

빛 알갱이처럼 작은 것으로

당신의 영광의 극히 일부를 비춰주셨고 ..

저는 그 작은 빛 알갱이 하나로

너두도 두려운 나머지 땅에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저를 감고 있었던 바람이 다시 불었고

그 바람에 저의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며칠이 몇 년 같았습니다 ..

아니 시간개념이 없는 허무의 세계 속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바람에 제가 이끌린 것이 아니라

저 안에 있던 또 다른 저가 제 발로 그 바람을 따라나선 외유였을지 모릅니다.

 

몇 날 몇 일의 외유는 아니였습니다.

날마다 돌아왔지만 ..

날마다 떠났었습니다.

 

고단한 하루의 외유를 끝내고는 

해질녘이면 날마다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당신을 향하여 쌓았던 제단 가까이 다가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단이 보이는 저편에서 슬프게 앉아 있었습니다.

 

뜨거운 해에 지친 풀이 맥없이 스러지듯 몸을 뉘었다

해가 뜨면 또다시 먼지 날리는 길을 떠났습니다.

해가 지면 또다시 어제처럼 그렇게 나타났지만

역시나 ..

당신을 향하여 쌓았던 제단 앞에 나아오지 못한채

제단이 보이는 저편에서  

노숙자처럼 웅크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초라한 모습 또한 나 한지영이라고 말입니다.

 

아버지..

오늘 저는 ..

바울 형제의 고백이 저의 고백이 되어 떠오릅니다.

 

당신을 향하던 제단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감히 들어서지 못하고 떠나지도 못하고

마냥 서성이는 저를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외유를 통해 철저히 깨달았던  것은 ..

당신이 함께하지 않는 저에게는 어떤 평화도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과

예수의 십자가 앞에서 죽었다고 확신하던 저를 무색하게 저의 자아는 너무도 건강하게 살아있었다는 것과

제 나무 밑둥에 놓여진 깨끗해 보이는 작은 바위 밑에

제 나무에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었던 벌레들이 그대로 모여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발견한 저는 ..

그래서 그래서 ..

당신께 드리는 제단 앞으로 도저히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거룩한 빛사이로 거니시는

선하신 우리 예수님의 그 하얀 세마포 옷자락을 가만히 잡아봅니다.

 

두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로 걸어들어갑니다.

 

그리고 ..

떨리는 손으로 그 십자가 아래 흘려져 있는

나의 주님께서 자신을 죽여 내신 그 아픈 피를 ..

제 몸에 바르고 ..제 옷에 바르면서 통곡합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의 저를 위해서도

고통중에 ..

이천 년이 넘는 오늘까지 마르지 않는

자신의 그 귀한 희생의 피와 물을 쏟아내시고

그렇게 .. 그렇게 .. 돌아가셨습니다.

 

용서하소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어 아직까지 흐르고 있는 그의 피의 강을 옆에 두고 ..

자신의 안위를 고민하고 사는 저희를 용서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