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라리
널
몰랐더라면 ..
내 차라리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
좋았을 걸 그랬다.
내 차라리
그냥..
흙이고
나무고
물이고
꽃으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내 차라리
그냥..
산골의 딸로 태어나 ..
하나님이란 이름도 모르지만
하늘을 공경하고 ..
부모를 공경하고 ..
남편을 존경하고 ..
자식을 사랑하고 ..
내 집에 오는 손님들 귀하게 여기고 ..
내 손을 바라보는 생명들을 아끼며 ..
어설픈 내 발걸음에
이유없이 무참히 밟히는
이름없는 꽃들에게 미안해 하고..
한 여름날 ..
가족들 먹이려
미안해 하며
키두던 닭 잡는 ..
평범한 시골 아낙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자연을 교과서 삼아 ..
양심을 선생님으로 삼아 ..
해 뜨면 일하고 ..
해 지면 자리에 드는 ..
그런 무지랭이 촌부였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내 차라리
절에 가면 부처에게 절하고 ..
교회 가면 하나님께 절하고 ..
하늘 보고 절하며 ..
내 부모 내 남편 내 아이들
건강하게 잘 살게 해달라고 비는 ..
이 땅에 무지한 아낙이었면
차라리 더 ..
좋았을 걸 그랬다.
아는 게 없어 ..
오로지 양심이 법이 되어 ..
어느 누구와도
이래야 하네 ..
저래야 하네 ..
다툴꺼리도 없었다면 ..
차라리 더 ..
좋았을 걸 그랬다.
내 이름을 아는 이는 ..
오로지 ..
내 부모와 ..
내 형제와 ..
내 남편과 ..
내 아이들이 전부였다가 ..
내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내 이름까지 가지고 가 ..
이름도 없이
흔적도 없이
땅에 스며드는 ..
자연이었다면
더 ..
좋았을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