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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요즘 계속 컨디션이 좋질 않더니 오늘은 꼼짝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게으름뱅이가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게으른 사마귀처럼 종일토록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바람이 없어 정막하기까지 한 날..

가만히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심장이 뛰는 소리였습니다.

 

그 심장은 아버지께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태어난 심장이고

그 심장의 펌프질은 저의 생명이 존재하는 한 쉼없이 계속될 것이었습니다.

 

율법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은 자유의 몸이지만 ..

율법에 매여있었을 때보다 더 강한 사랑과 충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때 어느 장소이건 아버지의 사랑의 표현이 머물러야 하는 장소에

제 몸을 사리지 않을 힘있는 자유의 용사의 심장이 될 것입니다.       

 

아버지! 그 심장의 소리에 은근히 기뻐하며 큰 안심으로 평화로워졌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너무도 기쁜 확인이었건만 ..

언제 불었는지 모르는 봄바람에 땅에 봄의 꽃들이 당연하게 피어나듯..

담담하고 평안하고 어떤 동요가 일지는 않았습니다.

 

기적같은 일이 제게 일어났건만 도리어 저를 요동시키지 않는 평안만이 저를 두루고 있었습니다.

 

바람없는 날 .. 

어떠한 육체의 일에서도 놓임을 받아

제 육체가 고요 속에 가두어진 날 ..

 

마치 이 땅에서도 .. 우주에서도 ..

이방인이 되어 허공에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그 시간에 ..

저가 아버지 앞에 어떤 존재인지 ..

우리 주님을 향한 저의 사랑이 생명을 지닌 것인지가 더 선명해졌습니다.

 

저는 본디 불이었지요.

움직이는 그 자체로 살아있음이 스스로 확인하던 존재였지요. 

 

아버지께서는 그 불을 세워놓고 스스로 조사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그 불 안에 불씨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제가 확인하면서 기쁨보다는 감사함에 목이 매였습니다.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 움직이던 ..

아니 움직여야 했던 그 고단함이 생각나서 였습니다.

땀 흘려 뭔가를 해야만 제 믿음을 저 스스로에게 확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믿음의 엔진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생소한 얼굴이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사실이 너무도 두려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엔진이 꺼졌다가 그 엔진을 정상적으로 다시 가동되기까지는  

아버지와 분리되었다는 불안감과 사막에 홀로 버려진 잔인한 외로움의 고통에 가두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 저는

속한 교회에서 믿음이라 칭해지는 일들을 계속 찾아야만 하였고

그 일들로 저를 움직여야 했습니다.

교회에 속한 일이 아니라도 ..

생활에서 저를 깍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라 여기며 .. 

필요 이상으로 저를 깍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차라리 아버지께 버려졌다는 ..

아버지 앞에 전혀 무관한 존재로 서는 것같은 당혹감을 감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차라리 쉬운 일이었습니다. 

아버지!  그래서 그 세월이 .. 저에게는 너무도 곤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

저는 그 세월에 종지부를 찍었음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

저는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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