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식토인가 봅니다.
이미 거름이 된 흙들이 또 다른 흙들을 부식시키며
어제와는 다른 열기를 내뿜습니다.
어제의 고백과 깨달음은 진실이었으나 ..
어제의 고백이 어제로 끝맺음이 되지 않고
어제의 깨달음이 어제로 끝맺음이 되지 않고
오늘의 고백과 깨달음이 되기도 하고..
그 고백이 저 멀리 도망가 ..
앞으로 또 도달하여야 할 영역에 있기도 합니다.
벙어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온전한 거름이 되어 ..
더 이상 썩을 것이 없게 될 때까지 ..
저는 아무래도 ..
잠잠히 있으면서도 땅의 소산을 내어 놓는
그런 기름진 땅이 되려면 아주 멀었나 봅니다.
아직 죽은 동물들의 시체가 그대로 누워있고 ..
채 썩지 않은 과일들을 파먹는 땅속 벌레들이 가득한가 봅니다.
아직 너무도 이른 봄이어서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가 봅니다.
그래서 벙어리가 될까 합니다.
온전한 거름이 되어 ..
더 이상 썩을 것이 없어 ..
후끈후끈 들썩들썩하지 않는 ..
잠잠히 있으면서도 땅의 소산을 한아름 내어 놓는
그런 기름진 땅이 될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