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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허공에 떠 다니는 비누방울..

나는 요즘 아침 저녁으로 

빨간 띠를 두른 것같은 까마귀 무리를 만난다. 

요즘 어디에서 그 많은 까마귀들을 볼 수 있을까?

 

물론..

까마귀가 아니라 

짙은 곤색의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의 모습이다.. 

 

난 자꾸 내 기억 속의 장면들과 현실의 장면들이

허공에 떠 다니는 비누방울처럼 하나하나 떠 오른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그때의 내 모습이 딸애의 모습과 엇갈리며..

딸애의 친구들 이야기가 그 시절 내 친구들의 해맑은 웃음들과 섞이며..

수 많은 기억들이 현실 속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인다. 

 

아침마다 풀 먹여 빳빳해진 칼라 깃을 갈아 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사진속에서 걸어 나오고.. 

등교길 .. 진짜 까마귀같던 용산고등학교 애들의 대열이 기억속에서 살아 나온다.

 

흑백의 세계에서 칼라의 세계로 나온 것처럼 ..

딸애 학교 아이들의 모습은 화려한 색깔을 입고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소란스러움은 여전히 봄볕에 지저귀는 어린 새 소리같다.

 

그 순간에는 삼십 년의 인생 세월이 연기처럼 흔적없이 사라져버리고  

흑백 사진처럼 흐릿하게 애띠고 여려보이는 단발 머리 소녀와

선명한 칼라 사진과 어울리게 이목구비 뚜렷한 소녀가 

아무런 연관성 없는 인생처럼 나란히 등장한다..    

 

그리고 다시..

딸애 모습이 그때의 내 모습과 엇갈리며..  

딸애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 시절 내 친구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들이 섞이며..

수 많은 기억들이 현실속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인다.

 

그간의 세월이란 존재는 ..

현실 앞에 서 있는 나에게 

기억과 추억만을 선물로 남긴채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딸애 학교 앞에서 ..

여고시절 이후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나의 여고시절 모습과 딸애의 지금 모습이 물과 기름처럼 각각 따로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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