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연록색 보드라운 잎새들이 내는 숨결엔
아직 비릿한 젖내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하늘 아래 여름의 따가운 햇볕도 한번 맛보지 못한 채..
무참히 무참히도 찢겨져 버려졌다.
슬프다.
너무도 슬프다.
더러운 술냄새와 혐오스러운 숨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질식되어 사그라들던
너희들의 마지막 시간에 보았던 어두움은
너희들과는 너무도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짙은 어둠이었다.
슬프다.
너무도 슬프다.
피지도 못한 꽃들..
더이상 짙을 수 없는 칠흙같은 어둠속 회오리바람에 빨려들어
낙엽 모닥불에 사그라들듯이 속절없이 재가 되고 말았구나.
너희의 그 절박한 시간에..
전혀 다른 세계에서 울고 웃고 있었던 우리들의 소리들이
부매랑처럼 돌아와 우리의 가슴을 친다.
아가들아.. 너무도 고운 아가들아..
어찌 너희들이 이 험한 세상.. 악한 세상의 목격증인들이 되었더냐?
슬프다.
너무도 슬프다.
그 사실을 현실로 불러들인 어둠을 저주한다.
너무도 아파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연한 새순같은 너희를 이 악한 세상의 목격증인으로 불러들인
어둠의 세력에 대한 불같은 분노가..
억지로 외면하고 있던 그 힘을 녹이고 말았구나..
슬프다.
너무도 슬프다.
색도 더 이상 색의 의미를 잃고..
모양도 더 이상의 모양의 의미를 잃은..
더러워도 더러운 상태의 정도조차 이미 그 의미를 잃어버린..
길거리의 굴러다니는 것조차 혐오스러운 ..
죽어 오래된 이가 걸치고 있던 옷과도 같은 인생..
그 인생이 어둠을 입고 ..
그 어둠 안으로 고운 햇살을 머금고 있는 새순들을 삼켰구나.
아프다.
너무도 아프다.
깃털처럼 가벼워져버린 너희들 얼굴을 떠올리며
근거없는 미안한 마음에 차마 소리도 내지 못하고 통곡한다.
너희가 그 악한 맹수의 손아귀에서 절실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간..
전혀 다른 세계에서 웃고 울고 있었던 그 사실이 미안하고 미안하여..
핏덩이를 이 세상에 내어 놓은 이 땅의 같은 어미의 심정으로 통곡한다.
너희는 이 땅에 만연한 악의 깊은 어둠세력에 희생된 어린 양들이 되었구나.
너희는 이 땅에 만연한 악의 정도를 드러내는 투명한 바로미터들이 되었구나.
세월 흘러.. 정말 많은 세월이 흘러..
너희 고운 얼굴에 다시 빛이 비쳐지는 날 ..
어둠의 세력이 훔쳐간 너희의 고운 웃음을 다시 회복하는 날..
이유없이 ..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너희들의 슬픈 의문이 풀리는 날..
너희들의 마지막 순간에 불렀을 그 이름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날..
그 날을.. 그 날을.. 빨리 보고 싶다.
그래도.. 아프다.
그래도.. 너무도 아깝다.
그래도.. 너무도 억울하여 끓어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킬 수가 없다.
아가들아.. 고운 아가들아..
이 세상의 악함의 정도를 하늘과 땅에 알린 죄없는 아가들아..
깊은 잠을 자다가 .. 먼 훗날.. 이 땅에 더 이상 눈물이 없어진 날에 ..
내 .. 아름다운 유채꽃 한 다발을 너희 품에 안겨주마.
편히 잠들거라.. 이 땅의 슬픔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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