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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빛을 믿으세요.

당신을 바라보는 제 눈빛에 내일의 두려움을 내려 놓으세요.

 

제 눈에 비친 당신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인한 사랑으로 사남매를 뜨겁게 끌어안고 계셨던 이 땅의 위대한 어머니 모습입니다. 

민들레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바닥의 흙을 움켜잡아, 주변 풀들에게는 모질어 보였을련지 모르겠지만..

두 아이를 이 땅에 내어 놓은 어미가 된 저의 눈에 당신은 뜨겁고 용감한 어머니로 보일 뿐입니다.

적어도 나이 오십을 바라보아 .. 인생이 어떤 것인가가 어렴풋이 가름되는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저는 당신에게서 친정 어머니의 품을 비교하는 그런 어린 모습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시어머니의 자리는 오로지 당신 뿐이고.. 당신에게 며느리 자리는 오로지 저 뿐입니다.

그 어느 누구의 따뜻한 미소로 제 가슴이 그리 뿌듯하겠으며..

당신에게는 그 누구의 미소로 당신 가슴을 포근히 덮겠습니까?

 

이제는 .. 칭찬해 놓으면 기가 살까? 고생한다 말하면 유세 떨까?

그런 계산으로 힘들게 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는 당신의 강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약한 그 마음을 내려 놓으세요.

이제껏 제가 있어왔던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될 저의 자리입니다.

 

당신 손자의 책상에 붙여진 스티커 ..

부산 내려가서 할 일.. 목록의 첫번 째가 ..

'할머니께 맛있는 음식을 해 가지고 인사 드리러 가기'였습니다.

아들아이의 그 계획표를 보고, 저는 뿌듯한 기쁨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손자까지 저를 지켜보고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께서는 기뻐하실 일이나 저의 마음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이제 당신을 바라보는 제 눈빛을 믿고 안심하세요. 

당신은 뜨거운 가슴을 가지신 어머니셨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에겐 업어 모셔야 해도 할 말없는 제 어머니가 된답니다. 

아들에게 업히듯 .. 며느리에게도 업히시면 되구요.

당신의 젊은 날에 자신의 삶은 없이 오로지 자식들을 위한 일만을 생각하며 달려오셨으니까요.

그런 당신의 모습은 뜨거운 여름날 청아한 아침으로 보입니다.

 

제 눈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전쟁의 잿더미속에서 온 가족을 끌어안고 일어선 용감한 여인입니다. 

이제 제 눈에는 당신의 그 뜨거운 삶의 열정이 야산에서 강건하게 자란 노란 민들레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을 뵙고 돌아오는 길.. 

누구에게 사랑을 전하고 이 뿌듯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당신은 그 누구에게서 걱정과 위로와 감사의 애틋한 눈빛을 받을 수 있을까요.

부디 조심조심 하시어 당신의 자리를 잘 지키시고 잘 버텨 주셔서

저희들의 마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제 친정 어머니도 그러셨지요.

딸이 주는 기쁨은 딸만 줄 수 있고..

며느리가 주는 기쁨은 며느리만 줄 수 있다고..

그래서 모두모두 필요한 존재들이라고..

그 어머니의 말씀이 참으로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 어머니의 기뻐하시는 그 모습에서 그 말씀이 가슴으로 느껴졌습니다.

 

내일은 당신의 말씀대로 제 친정 어머니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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