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
북극에 사는 바다표범같습니다.
무겁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 아래
찬바람 운동장 한가운데 커다란 바위 위에 배를 깔고 누웠다가
사납기 그지없는 바람이 성가셔서
저의 마음은 바다로 향했습니다.
눈인지 얼음인지 알 수 없는 바닥이 거칠수록
기름 속처럼 매끄러운 바다생각이 가득해졌습니다.
투덜투덜거리며 나오는 길에서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선 제 특유의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바다로 미끄러지듯 풍덩 들어가서야
저는 제 세상으로 돌아온듯 온 몸이 자유롭습니다.
앞도 잘 가름이 되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 차가운 물이지만..
온 몸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가는 물길이 자유롭습니다.
그 넓은 바닷속엔 저 혼자의 움직임 뿐이고 ..
뒤에는 온갖 상념이 그림자처럼 길게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나의 사랑이 부족한 것인지..
자신 앞의 웅덩이 메우기가 급해,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있는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만, 그를 가로막아서야 하는 괴로움.
내가 보호해야 할 또 다른 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맡은 악역인지...
오늘이 급한 이 앞에서 내일을 위한 여유로운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보호해야 할 이들의 내일의 안녕을 위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방패막이었는지..
그 상념의 그림자를 잘라내려 물속에서 제 아무리 방향을 급하게 돌리고 공중제비를 해도
그 끈질긴 질문들은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그래도 어두운 바닷속과 차가운 물과 생명하나 없는 것처럼 조용한 공간이
저의 숨통을 열어주었습니다.
아니, 그런 가상의 공간, 가상의 주인공으로 대리 만족을 하며 오늘을 버티고 있습니다.
오늘 아버지께 반납하는 도화지엔 ..
어두운 바닷속 텅빈 바다에서 혼자 긴 상념의 그림자를 달고 유영하는 바닷표범입니다.
젖어 반짝거리기까지 하는 바다표범의 눈이 어둠속에서 유난히 드러나는 그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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