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아래
그리스 해변의 바람하나 없는 잔잔한 물결이 펼쳐지고
해변가 절벽 앞에 쏟아진 하얀 거친 돌무더기를
맨발로 마치 꿈 속처럼 걸어가는 금발의 프랑스 소년이 보인다.
소년은 돌무더기 틈새에서 오리발을 꺼내 신고 바다로 뛰어든다.
푸른 바닷속을 미끄러져 들어가자 돌고래들은 그를 식구들처럼 반기고
자기 집 정원을 돌듯 유영하는 소년은 이미 바다와 하나가 된다.
바닷속 돌틈 속에 사는 곰치에게 다가가 물풀을 내미니 그는 기다렸다는듯이
게으르게 몸을 내밀어 받아 먹는다.
작은 물고기떼들이 어린동생들처럼 귀찮게 굴고..
어머니는 자신과 아버지을 떠난지 오래되었고
재래식 산소통을 뒤집어 쓰고 바닷속 해산물을 캐던 아버지마저
물 위에 떠있는 배 위에서 그를 기다리는 자신을 두고
현실에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 버린채 바다와 하나되어 들어갔었다.
그 소년에게 남은 것은 오직 바다..
그 바닷속은 그의 집이자 그를 평생 가두는 우울한 세계가 되어버렸다.
그는, 짧은 노란 머리카락, 바다를 연상시키는 맑고 깊은 눈, 미소년같은 얼굴
바다의 여러 모습을 간직한 것처럼 깊은 감성을 소유한 영혼으로 자라났다.
그의 인생은 늘 깊고 푸른 물 주변이었다.
그는 그를 외롭게 드러내고야 마는 현실 속에 살기보다
깊은 물 속의 수압과 어둠에서 오히려 평화와 자유와 깨끗한 기쁨에 익숙된 이 땅의 이방인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의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이해하는 그의 오랜 라이벌이자 그의 오랜 친구뿐이었다.
그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 충고의 의미를 아는듯 모르는듯
이 땅에 발을 둔 여인은 이 땅의 이방인이 된 아름다운 금발의 깊은 눈빛을 가진 주인공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녀를 깊이 사랑하지만
자신이 속한 푸른 빛 감도는 그 세계 안으로까지 들어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슬픈 주인공..
그도 스스로 어쩔 수 없는 한계였던 것 같다.
그 세계는 이미 자기 영혼을 담고 있는 그의 육체같은 것이 되어버렸기에 그도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를 사랑하기에 품어 안을 수밖에 없었던 비련의 여인.
그러나 그 아픈 행복조차도 오래 가질 수 없었다.
그 푸른 빛 우울한 침묵의 바다가 그녀의 사랑을 부르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아이을 가진, 현실에서의 유일한 자기 가족.
그 자기 여자의 "현실로 돌아와 달라'는 절규를 듣고 슬픈 주인공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우울하지만 자유롭고 어둡지만 푸른 거대한 그의 내면의 세계가 자기 영혼을 찾는
그도 어찌할 수 없는 그 힘에 휘둘려 몸은 이미 바다를 향하고 있지만,
이 땅에서의 마지막 끈을 놓지 못하고 눈물만 머금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 슬픈 주인공의 연인은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희생하여 그를 자유롭게 놓아 준다.
이미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의 힘으로 현실을 박차고 나왔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슬픈 사랑의 미련에
어찌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리고 돌아 앉아 있는 슬픈 자기 남자를,
그녀는 자신보다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이를 위해 ..
현실의 끈을 자기 손으로 끊어주어, 자기의 사랑을 영원히 자유롭도록 놓아 준 것이다.
이 영화는 지극히 동화같은..
지독히도 가슴아픈. .. 사랑이야기였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사이라 할지라도
세월이 만들어준 그와 하나된 세계에는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다는 한계 또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 이 영화에서는 친구간의 깊은 우정 또한 골 깊게 다루고 있지만, 그 부분은 생략하였다.
이 영화는 어른들이 보는 동화같은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