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바람을 가득 넣고 복어처럼 있다보면
산만한 연기처럼 밖으로 흩어지려는 정신을 제 자리로 돌릴 수 있었다.
내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안의 감성과 이성의 마찰이 생길 때도..
이유없는 심통으로 평소 나와 다른 미운 얼굴을 하고 있을 때도..
복어처럼 뺨에 바람을 넣고 있다보면 그것도 감정 표출이랍시고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난 감성이 이성보다 좀 더 발달된 편이기 때문에 한 번씩 내 감성의 파문이 큰 파장을 일으킬 때도 있다.
남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는 일에도 쉽게 파문이 일기 때문에
그 현상을 때로는 축복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벗어 버릴 수 없는 내 고통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유난스레 초겨울의 시린 바람이 들어 온 날..
아침부터 유난스레 머리가 맑더니 깊은 감성의 세계가 그 맑은 머리를 타고 들어와 버렸다.
하늘을 향하던 내 눈이, 바람에 몰려다니는 이 땅의 아름다운 낙엽들에 머무르더니
이내 내 가슴 속은 초겨울 으스스한 한기로 채워져버리고 말았다.
약국에서 읽찍 나와
남편의 사무실에서 느낌이 깨끗한 일본 영화 한 편으로 머리에 채우고
지웅이가 주는 캔맥주까지 마다 않고 마시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내 의지보다 앞선 진실된 소망에 의해 저절로 힘들어간 왼쪽 주먹을 보았다.
그 주먹을 가만히 눈 가까이 들어 보고는 눈물이 났다.
하늘 내 아버지가 하늘처럼 아득해지고 내 마음이 흩어지는 연기가 되어
나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때 했던.. 나의 아픈 버릇을
참으로 오랫만에 다시 내 눈으로 다시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힘들어간 나의 주먹엔..
내가 아무리 흐트러져도 부인할 수 없는 하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약속.
하늘이 아득해져 내가 아무리 땅 깊은 골짜기로 홀로 버려진다 해도
결코 내 마음이 아버지와 분리될 수 없다는 나의 의지.
...
내 육신의 옷을 벗는 순간까지 버릴 수 없는 내 정신이 담겨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마저도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그 주먹을 계속 쥐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정신이 너무 작아지고 초라해져 내 작은 왼손 주먹이라도 쥐고 있어야 안심이 될 것같은 그 마음이 ..그 눈물의 속마음이 ..슬퍼서 더 눈물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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