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5

나의 오랜 버릇

입에 바람을 가득 넣고 복어처럼 있다보면

산만한 연기처럼 밖으로 흩어지려는 정신을 제 자리로 돌릴 수 있었다.

 

내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안의 감성과 이성의 마찰이 생길 때도..

이유없는 심통으로 평소 나와 다른 미운 얼굴을 하고 있을 때도..

 

복어처럼 뺨에 바람을 넣고 있다보면 그것도 감정 표출이랍시고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난 감성이 이성보다 좀 더 발달된 편이기 때문에 한 번씩 내 감성의 파문이 큰 파장을 일으킬 때도 있다.

남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는 일에도 쉽게 파문이 일기 때문에

그 현상을 때로는 축복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벗어 버릴 수 없는 내 고통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유난스레 초겨울의 시린 바람이 들어 온 날..

아침부터 유난스레 머리가 맑더니 깊은 감성의 세계가 그 맑은 머리를 타고 들어와 버렸다.

하늘을 향하던 내 눈이, 바람에 몰려다니는 이 땅의 아름다운 낙엽들에 머무르더니

이내 내 가슴 속은 초겨울 으스스한 한기로 채워져버리고 말았다.

 

약국에서 읽찍 나와

남편의 사무실에서 느낌이 깨끗한 일본 영화 한 편으로 머리에 채우고

지웅이가 주는 캔맥주까지 마다 않고 마시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내 의지보다 앞선 진실된 소망에 의해 저절로 힘들어간 왼쪽 주먹을 보았다.

그 주먹을 가만히 눈 가까이 들어 보고는 눈물이 났다.

하늘 내 아버지가 하늘처럼 아득해지고 내 마음이 흩어지는 연기가 되어 

나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때 했던.. 나의 아픈 버릇을

참으로 오랫만에 다시 내 눈으로 다시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힘들어간 나의 주먹엔..

내가 아무리 흐트러져도 부인할 수 없는 하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약속.

하늘이 아득해져 내가 아무리 땅 깊은 골짜기로 홀로 버려진다 해도

결코 내 마음이 아버지와 분리될 수 없다는 나의 의지.

...

내 육신의 옷을 벗는 순간까지 버릴 수 없는 내 정신이 담겨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마저도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그 주먹을 계속 쥐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정신이 너무 작아지고 초라해져 내 작은 왼손 주먹이라도 쥐고 있어야 안심이 될 것같은 그 마음이 ..그 눈물의 속마음이 ..슬퍼서 더 눈물이 났었다.

 

 

 

 

'살아가는 이야기1 >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논리  (0) 2007.12.23
올무속에서 풀려난 새  (0) 2007.12.22
바람의 여행  (0) 2007.12.16
믿음의 노정에..  (0) 2007.12.14
고통을 감수한 사랑  (0) 200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