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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바람의 여행

한 번씩

촛점없는 눈빛이든지

눈을 감고서든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얼굴을 하늘로 향하면  

일상에 발목잡힌 나와 내 영혼이

서로 만나는 것 같았다. 

 

크게 울리는 내 심장소리에 도리어    

안정을 찾으며

우주의 소리와도 같은 그 심장소리가

너와 내가 따로가 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일상에 발목잡힌 내 몸이 가벼운 날이면

바람같은 내 영혼과 함께 가볍게 날아올라

내 발을 딛고 있는 세계의 시간이 아닌

다른 세상의 시간속 머물 수 있어

한 동안의 쉼 가운데

우주의 바람을 담아온 듯 머리가 맑아졌었다.

 

나의 영혼은 일상에 발목잡힌 나를 깨워

그 일상이 나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과

그래서 그 일상의 기쁨과 슬픔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였고,

일상에 매여 점점 굳어져 가는 몸을 흔들어 굳어지지 못하게 해주었다.

 

때로는 나와 분리되어

객관적인 존재로서 다른 입장이 되어 

나의 부끄러움을 알려주기도 했었다. 

 

때와 먼지에 쉬 더럽혀지는 나에게 나의 영혼의 소리는 

때로는 바람으로 때로는 비로 날 괴롭혔지만 ..

우리의 심장 소리에 우린 하나라는 것을 늘 잊지 않았다.   

 

함께 침묵하면서 눈을 감고 있는 시간,

그 시간은 내 몸과 내 영혼이 하나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내가 내 영혼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고

내 영혼이 나를 놓치지 않게 하였다.

.

때때로 내 영혼이 바라는 바와 내 몸이 바라는 바가 서로 달라

시시때때로 충돌하여 불협화음을 내어도, 

내 영혼의 부재로 느껴지는 시간을 차라리 더 괴로워하게 되었다. 

 

쌍둥이 언니와 동생처럼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곧 하나인 존재.

그 둘이 하나되어 걸어온 여행길을 돌아보니, 꼭 바람이 지나온 길처럼 흔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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