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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고등어

남편의 생일이어서 어머니를 찾아 뵈었다.

 

시장에 나가 보왔더니 바다에 풀어 놓으면 살아 돌아갈 것같이 싱싱한 고등어가 눈에 들어왔다.

김치를 밑에 깔고 매운 고추를 넣고 얼큰 하게 조려서 반찬을 할까 싶어 물어보니 세상에..

한 마리에 칠천원이란다.

왜 이리 비싸냐고 놀라니 국산 생고등어가 요즘들어 처음이라서 그런단다.

 

고등어라.. 

 

결혼 처음하고 며칠되지 않았던 때..

낮에 집에 들어오신 어머니 손에 한 다라이 가득 시퍼런 고등어가 담겨있었다. 

싱크대에 확 부으시니 싱크대 볼 한 가득이었다..

 

누가 갓 잡은 고등어를 싸게 팔기에 사왔노라며 다듬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자고 하셨다.

 

결혼하기 전, 난 원래 채식주의자였었다.

어머니께서는 다시 약국으로 나가시고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너무 싱싱해 몸의 탄력은 얼마나 좋던지.. 눈은 또 얼마나 새까맣던지..

한 마리 잡았다가 남의 살 탄력이 징그러워 놓고 놓치고..

어설프게 칼을 대니 피는 어찌그리 진하게 붉은지..

나는 결국 씽크대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울고 말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어느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작업을 시작하였고 그것도 몇 마리 하고보니 점차 속도도 붙기 시작했었다.

 

어머니께 그 때의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나서 그 시절이 생각나서 함께 웃고 말았다.

그때 내가 처음 끓여내던 쇠고기국을 어머니는 기억하고 계셨다.

식품영양과를 졸업해 영양사 면허까지 있었던 새며느리에 대한 기대를 내려 앉히는 순간이었단다.   

 

육고기나 생선이 없으면 반찬이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환경에서의 채식주의자 며느리의 만남..

 

등 시퍼런 고등어가 꼭 이십년 이맘 때의 시절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고등어 뿐만 아니라 모든 생선 부문엔 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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