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하나님.
저희는 저희가 자식을 키우면서 저희가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를 키울 때의 부모 마음을 이해하고 새로 감사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되며,
그 시절 철없었던 우리의 모습에 비추어 지금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관대하게 여겨줄 수 있고,
그 모든 것도 과정일 뿐인 것을 알기에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의 앞뒤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하여 주는 것이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인생을 재 음미하게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받은 사랑 다시 내리 사랑으로 전해주면서 받은 사랑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어제 큰애의 대학입학 수능시험을 치러 보내 놓고는 제 아이에 대한 염려도 염려지만,
시험장에 보내 놓고 절에 가서, 저희들의 좋은 결과를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던
젊은 시절 저희 어머니들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져왔습니다.
이제서야 그분들께 받았지만 그때는 몰랐던,
세월이란 흙에 덮혀 가려져 있던 사랑의 흔적들을 꺼내 보면서
가슴에 사뭇치게 그리운 마음으로.
그분들의 사랑의 흔적들을 소중하게 가슴으로 안아 보게 되었습니다.
살면 살수록 우리의 가슴에 담기는 보석들은 어떤 종류이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 보석들은 모두 우리가 창조될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내재된 아버지 손길의 흔적들임을 또한 깨닫습니다.
아이는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험 뒷풀이를 하고 늦게 들어와 곤히 잠들었지만,
아이가 앞으로 수없이 겪어야 할,
수 많은 절망과 아픔의 막다른 골목과 자신의 한계 앞에서 목 놓아 울게 될 절망감들이
어떤 것인지 너무도 잘 알기에 쉽게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아픔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본 모습이 깨어난다는 진리를 온 몸으로 깨달은 인생의 선배로서
그 아이에게 다가올 그 아픔들과 그 아픔들을 품고 아파할 순간순간이 떠올라
어미의 마음으로 미리 아파왔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보다 더 형편없는 저를 이제껏 보호하시고
아버지 앞으로까지 이끄신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에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앞서의 앞선 염려들이 빛 앞에 서서히 사라지는 안개같은 것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의지할 것은 오직 내 아버지 하나님 뿐이오니,
부디 거부할 수 없는 아픔들이 있다면, 그 잔잔한 아픔들로 서서히 내성이 생기고 강하여져서
서서히 자신의 본 모습으로 깨어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를 간구하며 아버지 앞에 엎드렸습니다.
오늘 이 시간의 평화와 기쁨을 아버지의 제단 앞에 향으로 피워 올리니 기쁘게 받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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