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기억입니다.
산수시간에 모눈종이에 자를 대고 막대 그래프나 꺽은 선 그래프를 그릴 때
도형을 그려 넣고 면적을 구할 때, 얼마나 개운하던지요.
모둔종이로는 그것만 사용하여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과목 노트를 가져가지 않아
그 모눈종이 묶음을 그 과목의 노트로 사용하였더랬습니다.
그 모눈 눈금을 아예 무시하고 글을 써 내려가니 신기하게도 그 작은 칸들이 더 이상 칸이 아니게 보였습니다. 그냥 노트 바닥면의 무늬로 보이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 때의 신선한 충격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커오면서 그 모눈종이 또한 그냥 글을 쓸 수 있는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과 비슷한
충격들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겹들의 관념과 사상의 틀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거운 인간적인 틀들이 갑갑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들의 관념과 사상의 틀 속에서 벗어나 진리안에서 자유하며,
진리의 속성인 사랑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내일 저희 큰애가 시험을 봅니다.
머리는 좀 있는 편이지만 저를 닮아 애살이 별로 없는 편이라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는 아이입니다.
단 몇 점이 나오더라도 네 이 고사리 손으로 만든 작품이니 엄마에겐 고맙고 소중한 것이라고..
그렇게 안심을 시키고 나왔으나 왠지 불안한 것이 저 역시도 보통 엄마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학벌과 진로..
그것이 사람들의 삶의 질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떤 학교 어떤 과가
솔직히 떠 오르니 저 역시 세상의 틀에서는 아직도 발목잡혀 있는가 봅니다.
하지만 제 마음 깊은 곳에 큰 바위처럼 박혀 있는 움직일 수 없는 마음은 아버지께 두는 믿음입니다.
가장 중요한 현실은, 눈에 보이는 인위적인 틀 안에서 안주하는 생활에서 진정한 평화와 기쁨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버지 하나님을 떠나서는 그 어떠한 화려한 장막도 일순간의 기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디 이 아이가 하루 빨리 이 진리를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부디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점수를 기대하지 않는 정직한 마음으로 시험에 응하고,
자신이 얻은 그 점수에 당당하고 의연히 자신의 앞 길을 계획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실 것과
더 나아가 하나님을 많이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나도록 키워 주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저의 진실한 마음을 이 아침 아버지 앞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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