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단 둘이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내 본디 계획보다는 몇 년이 당겨진 것이다.
딸아이와의 여행.
내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여행이었다.
내 딸아이를 처음에 내 품에 안고 얼마나 기뻤었는지 모른다.
여자 동기간이 없기 때문에 내가 바랄 수 있는
남과는 다른 세계를 유일하게 소유할 수 있는 관계란 딸과의 관계였다.
그때 이 아이가 자라면 내가 이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리라 다짐했었다.
그 여행이 올 해가 되었다.
그것도 딸 아이의 바램으로 ...
장소는 나에게 의미가 없다.
우리 둘이면 충분하다.
난 열흘간의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이란 우리가 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다.
그 아이가 어느 정도이해할 수 있을련지는 몰라도
그 아이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련지는 몰라도
인생에 대해서,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무엇보다 하나님에 대해서...
그러나
너무 많이는 해 주지 말아야지.
너무 아름답게도 말해 주지 말아야지.
그 모든 것은 스스로 느끼고 만나야 하는 것이니까.
그래도
인생이란 아름다운 것들과 소중한 것들을 찾아 낼 수 있는
각자에게 주어지는 기회라는 것은 꼭 말해 주어야지.
인생이란 낚시터에서
숭어가 올라온다고 그 낚시터엔 숭어만 있는 것이 아니고
메기가 올라온다고 그 낚시터엔 메기만 사는 것은 아니고
내가 낚지 못한 많은 것도 그 곳엔 수 없이 많이 숨쉬며 살고 있기에
내가 본 것 내가 만난 것만 사실로 인정하지 말고
늘 겸손하게 주변을 둘러 보고 살으라고 이야기도 해 주어야지.
인생이란 낚시터에서
내가 나를 잃어버려서는 무엇을 건져 올려도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것도 알려줘야지.
내가 나를 찾는 것이란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신 이에게서부터 시작할 수 있고
나의 인생이란 낚시터에서의 모든 노력도
나를 존재하게 하신 이의 범주 안에서만이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것과
결국엔 나를 존재하게 하신 이에게로의 귀향이
영원한 초원 위로, 영원히 살아 날아 오르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려줘야지.
그 아이의 새처럼 많은 이야기도 재밌게 들어주어야지.
그 아이의 무지개 같은 꿈도 함께 꿈을 꾸듯 귀 기울여 들어 봐야지.
그 아이의 귀여운 사랑도 웃으면서 들어 주어야지.
어쩌면 한가롭게 내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날 그런 기회도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을련지도 모른다.
어쩌면 허락된 잠깐의 봄날같은 때인지도 모른다.
이런 편안한 봄날같은 날, 우리들의 이야기와 모습들을 마음에 많이 담아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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