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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나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

하나님. 그 때 보고 계셨어요?

 

캄캄한 밤하늘의 달이 날 보고 자꾸 따라 온다고

이리 숨고 저리 숨고 뛰어보기도 가다가 멈춰서 보기도 하던 아이를요.
무료한 오후 골목길 지나가면서

시멘트로 투실투실 발라 놓은 담벼락에 손을 계속 대며 걸어가던 아이를요


내 어머니를 걱정하시는 외할아버지 뒤에서,

디디고 서있던 땅이 갑자기 모래바닥 위로 변해버린 것처럼 불안해, 안듣는 척하고 서서 손장난하고 있는 아이를요.
외가의 과도한 딸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부담스러우신 우리 아버지, 

당신의 고향이 나와있는 지리부도 책을 돋보기로 보고 계실 때

의지하여 기대던 벽이 뒤로 물러서는 듯한 당혹감과 아버지가 슬플까 두렵던 아이의 걱정스런 눈빛을요.
신문에만 눈을 두고 계셨지만 마음은 이미 그곳에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슬픈 마음을요.  

   
아버지 월급으로는 가볍지 않을 최고 수준의 가정교사를 집에 두고서도

거의 매일 친구 만나고 제 볼일 다보고 늦게 들어오는 오빠에게 화가 난 아버지의 마음과 한마음이어도,

불같은 꾸중를 들을 오빠가 걱정되어, 몸은 책상 앞에 있지만, 온 신경이 대문에 가있는 마음 여린 아이를요.
대학 시험보고 팥쥐 엄마 보다 더 못되게 구박하시는 엄마를 피해 친구 집에서 하루 종일 약 봉투 붙이던 마음 둘 곳 없던 아이를요.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 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기억과 현실의 연결고리의 상실로 인한 충격을 하나님의 무심하심으로 돌리던 어린아이의

투정어린 눈물을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하나님께로 돌아갈 사람이라 자신을 소개하곤

믿음 안에서의 결혼을 간절히 꿈꾸던 저의 오랜 바램을 접어

하나님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아 걸어 완고해지려 노력하던 못된 마음을요.

 

 
하나님께는 순간도 채 아닌 시간이지만
제게는 너무 길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제가 힘들었던 시간
그 시간에 하나님께선 계속 절 지켜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지나왔던 시간 속의 나라는 정체성 혼란에서

인간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찾도록 이끌어 주신 것 같습니다.


세상 속에서 나의 정체성은 가건물 같은 것이지만
하나님 안에서 나의 정체성은 태초부터 세상 끝날까지 갈 생명력이고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에,
이토록 말없이 이끌어 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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