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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이 고요한 우물 / 이성선

 

이 고요한 우물 

 

                            이성선

 

 

허공에 꽃으로 안기거나

바람으로 울며 다니거나

내 돌아가 마지막 들여다볼 곳은

고요한 우물 뿐입니다.

 

이승을 구름으로 흐르고

삼십삼천 하늘을 학으로 날아도

돌아가 마지막 들여다 볼 곳은

고요한 우물 뿐입니다.

 

불꽃같이 타오르는 나의 일생

누더기 벗으며 닦고 닦아서

해로 뜨고 달로 뜨고

부서져 몸은 다시 별로 피어나도

 

변하여 걸어가는 내 모습 하나하나

남김없이 비추어주는 곳

나고 죽고 살아가는 온갖 길이

거울보다 더욱 잘 비치는 나라.

 

누가 나를 몰고

내가 또 나를 몰고 가는 닿는 땅

그 죽음에 이르러 들여다볼 곳도 오직

이 고요한 우물 뿐입니다.

 

죽는 순간의 내 눈빛이 담겨지는 곳

죽는 순간의 내 미소가 비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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