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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처럼 뭉개지지 않는 종이인가 봅니다.

문득,

국민학교 미술 공작시간

탈바가지를 만들 때 주재료가  되었던 신문지 생각이 났습니다.

 

구겨 찢어서 물에 담궜던 신문지..

 

한참을 두었다가 신문지가 물에 다 풀리면 채에 걸러 물기를 뺀 다음

그 다음에 풀을 넣고 반죽을 하여 바가지에 붙여 탈을 만들었지요.

 

신문지가 변하여 탈의 얼굴살이 되는 것은 어린 저에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모습의 탈이 되어 우리 모두 앞에 드러나던  것이 더더욱 말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당신을 닮은 무수히 많은 탈바가지 중에 하나가 되고싶은 저의 소망은

정말 야무진 제 바램에 불과한 것일까요.

물에 도무지 풀어지지 않아 골라내어 버려야 할 빳빳하고도 미끌거리는 이물질들은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네 일상 너머에 계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봅니다.

몇 되지는 않지만 제가 알고 지내는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당신을 인격적으로 직접 만나고 교감하며 사는 것 같은데

저는 늘 그렇지 못한 것 같기만 합니다.

 

저는 항시 멀리서 당신을 보고 사는 것 같습니다.

당신께서 펼치신 하늘을 보면서 당신의 능력의 손을 보며

곧고 의로운 자들과 잡스럽고 악한 자들 모두에게 내리는 햇살과 비를 보면서

누구나처럼 그저 객관적인 눈으로만 당신의 심장인 사랑과 공의를 봅니다.

저는 그렇게 당신을 객관적으로만 만납니다.

 

당신께서는 늘 무거운 침묵으로 저를 바라보시고

침묵으로 저의 모든 것을 살피시고

표 안 나게 저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것 같습니다.

흔적없이 내린 이슬처럼 말이지요.

 

당신께서는 제가 아는 그리스도인들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를 허락하지 않으시고

소금 뿌려진 미꾸라지처럼 혼자 몸부림치며 몸에 붙은 이물질을 떨구어 내도록

서럽게 그냥 내버려 두시는 것 같습니다.

 

교회 장로 집사의 딸이었던 친구가 한껏 멋을 내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교회 가는 모습을

참 부러워하던 저였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저는 여전히 또다른 미경이를 부러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또한 제가 선택한 길이지만 말입니다.

 

부디 저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겸손함과 분별력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당신께 근원한 선한 의지를 주시고 그 의지에 힘을 실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어떤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오직 제가 걸어왔고 또 걸어갈 그 길을 온전히 완주할 수 있도록

그 길에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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