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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어느 애완견의 죽음 앞에서 ..

열세 살 된 우리 미키의 털을 깍이러 동물병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직사각형의 상자를 안고 나가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시동이 켜진 상태의 봉고차가 생각나면서 혹시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장례예식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통곡소리가 이어져나왔다.

그리 길지 않은 울음소리를 봐서는 의도된 애완견의 죽음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치아도 몸도 마음도 아주 건강한 우리 미키이지만 그녀석도 머지않아 저렇게 떠나갈텐데 싶어

주변을 의식했는지 대놓고 울지는 못하고 울음소리를 이내 속으로 감추고 병원을 얼른 빠져나가는

그 초로의 여인이 훗날 내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키.. 내게 얼마나 감사한 생명이었는가 ..

감정을 교감할 수 있는 생명과 생명으로서 그녀석은 내게 얼마나 소박하고 평온한 기쁨을 주었던가..

슬픔과 아픔에 압도되어 눈물이라도 흘리게 되는 날이면 다가와 손을 핧아주며 위로하다가

그 위로가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내 팔을 긁어 저가 앓는 소리를 내던 우리 미키는

이미 나에겐 자식같은 그런 존재가 된지 오래다.

욕실에서 씻고 나오면 욕실 문 앞에서 엎드려 기다리고 있는 그녀석을 보게 될 때의

일상의 작은 행복감이란 ..

부엌일을 한참 하고 있다가 그런 나를 저 멀리 앉아서 쳐다보고 있는 그녀석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안정된 행복을 어찌 값으로 칠 수 있겠는가 ..

교감이 가능할 때라야 우린 자연계 속 같은 생명체로서 함께 시공간을 공유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말이다..

그녀석은 내 친구요 자식같은 존재다.

나와 함께 오래 오래 살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