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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지는 빨랫감

저는 물 빠지는 빨랫감 ..

당신께서는 저도 알 수 없는 어떤 고형 비누로 저를 계속 빨고 계신듯 합니다.

끈질기게도 계속 물이 빠지는 저도 대단하지만,

이제는 점점 해어질 것처럼 조직이 느슨해질 때까지 빨아대시는 당신께서도

참으로 대단하시단 생각입니다.

그저 좋은 천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기시며 내다버리시면 될 것을

어찌 이토록 저를 고달프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더러운 곳이나 닦을 걸래로 사용하셔도 괜찮을 천이 아닌지요.

이제 제 정신력은 무수한 공회전으로

그 어떤 것들도 담아내기가 어려울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신께서도 쓸데없이 예민하여 스스로 제 정신을 갉아먹어버렸다 .. 그리 말씀하시겠는지요.

당신을 원망치는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원망할 수 없습니다.

모두 자연의 이치와 순리대로 돌아가는 현상 속 자연이었으니까요.

바람부는 언덕, 물길이 만나는 길목. 누가 그 자리를 자청하겠으며 누가 그 자리를 마다할 수 있겠는지요.

이유없는 낙엽이 어디 있겠으며, 설사 그 낙엽인들

봄날에 돋아나는 새순과 당신께 그 무슨 차이가 있겠는지요.

분석하고 그 자체로 고통 받을 일이 아니라 

자신의 바탕이라 순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사실 결과는 제 몫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평생 그것이 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땅에 떨어져 기름진 흙이 되는데 일조라도 하게된다면

그저 주신 생명으로 삶을 누리고 사는 자체로도 이제는 충분히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만 저를 포기하시고 내치시어 

오물을 닦는 도구 정도로 사용하시고 더러우면 더러운대로

저보다 더 더러운 곳을 닦는 정도로만 사용하여 주시면 어떠하실련지요.

아니면 아예 버려버리시든지요.

그래도 서운함은 조금도 없을 것입니다.

당신께서 당신을 닮게 빚으시어 생명을 누려 본 그 사실만으로도 많이 감사하니까요..

 

사랑의 아버지 하나님!

선하신 당신께서 제 천이 해어지게 하실 리는 없습니다.

말갛게 하얗게 만드시려 하실 수는 있어도

그리하실 수는 .. 절대.. 절대 .. 없지요.

아무래도 제 천에 생선뼈같은 가시가 수없이 많나 봅니다.

제 양식이 되었던 것들의 잔해가 자신의 이름도 잃어버린 채 관념이 되어

생명없는 그 관념조각들이 서로 부댓기면서 이젠 오히려 제 천을 상하게 하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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