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있습니다.
거푸집을 짓고 있습니다.
재료는 비애와 고통과 한숨입니다.
한때는 부끄러워하며 미워하며 던져버리던 재료였지요.
이제는 남들이 버린 것들도 주어와 집을 짓습니다.
새로운 눈이 열렸거든요.
부끄러워 감추고 버리고 싶었던 것들과
가지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들은
각자 지닌 관념의 우편과 좌편에 해당되는 역시나 관념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건강한 자연 .. 우리 생명의 본질과는 전혀 무관한 .. 바람이요 안개요 무지개였습니다..
거푸집을 짓습니다.
집을 짓고 있습니다.
비록 초라하고 보잘 것 없어보여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지라도 열심히 당당하게 짓고 있습니다.
저의 것에 더하여 버려져 땅바닥에 뒹구는
더 많은 더 깊은 인생들의 비애와 고통과 한숨의 재료들을 통해
눈물로 지어지고 있는 그 거푸집은,
선하신 당신의 자비와 은혜로 채워져
이땅에 세워지는 그 어떤 자랑스러운 것들보다 견고하고 아름다운 집이 될 거라는 걸
저는 확신하기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거푸집의 재료가
제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들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릅니다.
제가 짓고 있는 거푸집이 얼마나 견고하고 아름다운 집의 기초가 될 것인지 ...
사랑하는 아버지!
그 거푸집조차 저 홀로 짓게하지 마시고
내내 저와 함께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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