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우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오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더랬습니다.
송이와 동윤이도 아버지께 손자들이지만
왜 진우에게서만이 유독 더 아버지의 손자란 투명한 끈이 더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녀석이 아주 똑똑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건강하기만 하다면
아마도 항공이나 철도 관련 쪽에서 비범한 능력을 발휘할 것 같습니다.
비행기에 관련된 과학적 지식과 각 항공사에 관한 것과 소유한 비행기 기종
그 비행기들의 탑승인원과 좌석의 배치 문의 갯수와 위치 차이를 아예 꿰고 있었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지 않은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의 기종과 문양 가격차 그리고 탑승 인원수
장거리 비행 때 사용되는 기종부터 수화물과 승객을 모두 실어 나르는 기종까지
모델명으로 다 알고 있었습니다.
시뮬레이션으로 비행 게임도 원숙하게 해 내며 자신이 유일하게 다녀온 푸켓 활주로의 길이는 물론
김해나 김포 비행장 활주로 길이와 모양을 기본으로 머릿속에 넣고 있었습니다.
걱정스럽도록 대견스러웠습니다.
서울 갈 때 자기는 꼭 비행기로 가고 싶은데 자기 돈이 부족하니 고모가 보태줄 수 있겠냐고 하여서
쾌히 그러겠노라 했더니
비행기는 오후 4시 반 비행기를 꼭 타겠다고 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그 시각에 배치된 비행기가 얼마전에 새로 투입된 대형 ** 기종 비행기라서
그걸 타보고 싶어 그렇다 하더군요.
아이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셨던 아버지의 아버지..
그녀석의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 할머니 이야기도 해 주었습니다.
그녀석도 과수원에서의 가족사진을 알고 있었습니다.
현실적 이해타산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한씨같지 않아 조금은 낯설지만
웃음이 날 정도로 머리회전이 빠르답니다.
그런 부분을 아이같지 않다고 오빠가 걱정스럽게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저희 집에서 며칠 데리고 있으면서
먼지 한톨도 허락하지 않는 아버지식 청소법을 가르쳐주었답니다.
모서리가 칼같이 서는 군대식 이불 개는 법 까지도 말이죠
사과도 깍게 하여 먹고 싶을 때 스스로 깍아먹도록 했답니다.
손도 베이지 않고 이젠 제법 예쁘게 깍아내길래 그 아이로 하여금
접시 가득 담아 내도록 시켰더랬습니다.
아직 아이인데도 두 손을 쓰는 감각이 아주 뛰어난듯 싶어
내심 많이 기뻤습니다.
왜 네 아이들에게 시키지도 않았던 것을 그녀석에게 가르치고 시켰느냐고 말씀하시겠는지요.
아버지식 교육방법이 모든 공부 이전에 인생에 기초가 되는 정신을 세우는 법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요즘에서야 제 딸애에게 하나 하나 다시 가르치고 있습니다.
큰애는 기초적인 교육을 다시 시키기엔 너무 늙은 감이 있어 걱정입니다.
아버지께서 제일 걱정하시던 막내 아들이 우리 한씨 집안에 대박을 낼 것 같습니다.
먼 훗날 부활하셔서 만나보셔요.
너무 여리고 어설퍼서 늘 걱정이던 아이의 아이라서 더더욱 기특하고 귀여우실 거예요.
그날을 고대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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