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도 뭐하고 버리기도 뭐한 물건들 ..
온갖 잡곡류와 건강보조식품 견과류 다양한 가루들
영양제와 건강보조기구들
참기름 들기름을 비롯하여 소금포대 쌀포대
작은 가게에 있어야 할 다시마나 표고버섯이 들어간 커다란 뭉치들
댜양한 주방용품, 넘쳐나는 세제류, 냄비류..
홍삼팩부터 배즙 두유, 넘쳐나는 과일, 직접 볶아낸 보리차..
넘치는 편지봉투와 인주들 그리고 볼펜 홍삼류
백화점에서 스쳐지나가도 보기만 했던 고급 화장품과 샘플들..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이 시작되었고
그러면서 그 허함을 평소 필요하다 싶은 물건들을 사 들이는데 채우신 것 같았다.
냉장고를 한번 치워드리고나면 곧 이내 꽉 채워지는 것이 이제는 조금도 낯설지 않다.
어머니는 빈 공간이 허전하게 느끼시는 것 같았다.
뭐든 채워야 불안하지 않는듯 싶어보였다.
부족한 뭔가가 드러나면 극도의 불안한 증세를 보이며
밤이라도 사다가 채워두어야 했다.
'엄마! 대체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으세요.
혼자 계시는데 이렇게 큰 식초가 세 병이 왠 말이며 참기름 들기름 4병씩이나 무슨 일이래요?
이런.. 비닐 팩 통은 일곱 개나 되네요.'라 굳이 대놓고 하지는 못하고
속 좁은 노인네마냥 궁시렁거리면서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 쓰겠다며
넘치는 양의 것들은 모두 현관 앞으로 내는 그 시간에
홍삼 달인 팩이 가득든
적어도 200포는 족히 되어보이는 박스가 배달되었다..
이미 어머니 집을 떠나야 할 물건들이 그 현관 가득차 있는 그 시간에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신께서 힘이 없다는 것과 작은 아들 얼굴이 핼쓱해서 좀 먹여야겠다는 ..
하지만 어머니께서 홍삼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나기 이전에
누군가 권해 귀가 솔깃해 사신 것이라는 것을 내가 모를 리 없다.
우울증과 초기 치매증상과 온전한 정신이 온통 뒤섞여있는 우리 어머니께서 요즘 사시는 모습이다.
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어쩌면 내면에 나의 모습도 저렇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온갖 잡스러운 것이지만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썩어서 도저히 가지고 있을 수 없을 때까지는 아까워 버리지 못해 지니고 살면서
본질이 공허하기에 공복감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내면의 욕심들을 여전히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역시나 공복감에 계속 무엇인가를 더 소유하려 불필요한 고생을
내내 사서하는
나의 모습을 두고 말이다.
당신을 버려두겠는가..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을 도울 이 없다 생각하시는 내 어머니.
큰 효자 효녀는 아니라도 자식으로 아파할 때 조금도 덜 아파하지는 않을 자녀들을 두고서
더더우기나 자신의 재산으로는 충분히 자신의 노후까지는 쓰고 남을 여력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무엇이 부족하여 그토록 하찮은 물건들을 쌓아놓고 사시는가.. 그렇게 답답해 하다가
나는 서서히 내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다른 내 양심의 영역의 투명한 거울에 비친 바로 내 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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