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은 어쩌면 담겨있는 내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난 삶에 있어 여백의 시간은 나름 어떤 에너지로 채워지는 과정에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하여 다양한 여백에는 거기에 합당한 에너지가 차있는 어떤 에너지의 공간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지..
아니 .. 사는 날 중엔 그런 날이 훨신 더 많단다..
삶에 있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일 것같은 삶에 여백같은 날 ..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라 ..
비록 나중에 틀린 답안으로 결국 드러났을지라도
연필심에 침을 묻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답안지같은 시간을 채워 왔거나,
다른 답으로 다시 바꿔 적기 위하여
빨리 지우고 싶은 만큼 힘이 무리하게 들어갔는지 찢어져 구겨진 시간의 흔적
아직까지 선명하게 가지고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자신있게 말해 줄 수 있어.
여백은 말이야
그 여백에 스쳐지나가는 순간 순간의 바람같은 생각이나 느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어 ..
차라리 그 바람에 맞서 괴로워하는 그 마음이 그 여백의 주인이 되는 거였지.
그 여백의 주인은 다름아닌 자기 영혼이었어..
그 여백의 주인인 자기 영혼의 기운의 모양과 색깔로
그 여백은 채워지는 거였어..
어쩌면 형태없이 산만하게 불어대는 그 바람은
원석인 자기 영혼을 깍고 다듬어 자기 영혼의 얼굴을 드러내게 하기 위한 하늘의 선물일지도 몰라 ..
그 여백의 시간은 영혼이 점점 자라나는 전 모습이 다 담긴 각 영혼의 사진첩이 되어
바로 그 여백의 시간에 관리에 따라 삶 자체가 달라질 수 있겠다 싶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듯 영혼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지 ..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지 .
난 여백이라는 공간 .. 그 세계에 채워지는 에너지에 따라 ..
그 에너지로 우리 영혼은 어떤 형태로든지 조금씩 자라난다 싶다..
하나님 생각이 나지도 않아 마음에 평화가 머물지 않는 날이었다구?
불안해 하지 말아..
네가 하나님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 사랑과 보호에서 멀어지게 된 것은 아니니까..
그 생각은 하나님과 너와의 관계에서 네가 주체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단다.
그 깨달음이 네게 도리어 큰 위로가 될 것이야..
그 상태가 세상적 열망이 하나님을 향한 너의 사랑을 덮어버려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지는 말아..
육체를 입고 있는 우리는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영혼과 친밀한 교통과 조율 속에서 질서로운 균형을 이뤄야 한단다..
그 질서로운 관계 속에서 건강한 육체는 하나님의 선물로
그것을 잘 지켜 가꾸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고 ..
우리는 그 선물과 그 선물에 달라붙어 공생하는 곰팡이나 세균같은 것을
철저히 분리시켜 바라볼 수 있어야 해 ..
영혼과 육체 ..
운명 공동체인 그 친구 둘이서 한 발씩 내어주어 함께 묶고
그 둘의 각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현실적 지점에서
서로 존중해 주며 함께 조율해 보길 바란다 .
그 발걸음을 아버지께서 인도해 주십사 늘 기도하는 마음이라면
그 걸음을 아버지께서 인도해 주시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해.
육에 속한 생각들은 악하다고 ..
그러나 나는 네가 그런 경직된 흑백논리에 희생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육체 안에 당신의 영을 불어 넣어주셔서 산 영혼이 되게 해 주셨어.
그렇기에 육에 속한 것이 모두 악하고 더러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스러운 육체에 속한 다양한 선물에
선하지 않은 다른 죗된 마음들이 기생하여 그것의 본질이 변질되게 되었을 때
더러워지게 되는 것이지 ..
'건강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 이전에
먼저 잘 먹고 건강한 생활부터 하는 것이
우리 몸을 내신 분께 드리는 예의이듯,
건강한 영혼을 위해서 .. ' 복음 전파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라는 맹세 이전에
바칠 수 있는 나의 좋은 것이 있기 위해 기본적으로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할 의무가 있듯,
건강한 영혼을 소유하기 위한 육체에 속한 열심은 항상 병행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건강한 신앙은 하루 아침에 결정나는 것이 아니란다..
우리 신앙인들은 여러 계절과 여러 날씨 아래서
늘 새로운 길을 가는 먼길 떠난 여행자의 마음이 되어
뛰든지 걷든지 넘어지든지 눕든지 .. 그 순간의 행위들에 마음을 두지 않고
그 과정 과정에 담기는 깊은 생각과 깨달음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신앙의 형태와 빛깔을 갖춰간다는 것을
우린 늘 잊지 않아야 한단다..
그러나 가끔은 한번씩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방향과 현재 나의 발이 향하는 방향이 일치하고 있는가를 살피면서
자연 속에 작은 건강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간다면
좌충우돌 하지 않고서도 보다 안정적인 신앙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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