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에 실려온 차가운 바람은
피부 깊숙히 한기를 잡아넣어
옷깃을 있는대로 세우고 어깨를 한껏 움추리게 하였습니다.
어머니 아침을 챙겨드리고
삭막한 겨울을 안고 여유없이 아파트 블럭을 막 돌아나오는 길..
양지바른 담벼락에 '토실토실' 하다는 느낌이 들정도의
너무도 건강하고 싱그러운 개나리들이 약 병아리들처럼 모여
아침 해를 바라보고 벽에 기대 서 있었습니다..
갑자기
캄캄한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희망'이란 단어가 푸른 마음 바탕에 하얀 구름이 되어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순간 어린 계집아이로 변하고 말았지요 ..
그 무겁던 겨울 ..
응달의 축축한 담벼락은
그저 무서운 악몽에서 본 것에 불과한 것처럼
희미하게 .. 희미하게만 ..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
'알치하이머'라는 열 뿔 달린 괴물도
그 괴물 뒤로 피어오르는 보랏빛 연기도
손에 닿을듯 닿을듯 잡히지 않는 손잡이 하며
무너져 내릴듯 꺼져버릴듯 애간장 녹이는 흔들이는 모래바닥까지 ..
모든 것이 감사로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
살아있는 것 자체가 모두 감사로 와닿았습니다 ..
살아 숨쉬며 교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선물로 와닿았습니다 ..
마음 깊은 곳에서 기도가 피어났습니다..
"아버지! .. 이 감사가 단순히 어린아이의 감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이 기도의 마음이
흔들어도 흔들어도 절대 저의 생명과 분리될 수 없는
새로운 계절에 새로 핀 믿음의 실체의 바탕이 되게 해 주세요 .. " 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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