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알람이 딸애방에서 울리기에
시계를 보니 네시 반이었다..
저 녀석 또 무리한 욕심으로 알람을 켜놓았구나 싶어
알람을 꺼 줄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려하니
알람소리가 멈추고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고 어제 또 무슨 자극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쉬운 답이 바로 나왔다.. 편안한 미소와 함께 ..
특목고 준비로 수학 만큼은 누구에게 지지 않는다고 여유부리면서 잘난척하다가
쉬운 단계를 차곡차곡 성실히 하던 제 친구보다 연이어 저번 모의고사 점수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고는
한 달 전에 수학과외를 시켜달라고 요청했었고
믿음직한 선생이 있어 남자애 한 명이랑 팀을 짜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밤 12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
그 아파트 앞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으니
거리를 한참 띄워놓고 걸어나오고 있는 두 아이가 보였다.
차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대뜸 "아이 씨.. 황소영 미쳤다.."란 말을 내밷기에
무슨 여자애가 그런 거친소리를 하냐고 나무라니
그 소리는 처음부터 그냥 귓밖으로 흘려버린 채 내내 흥분하는 것이 역력했다.
해서 내 머리속에서 온갖 생각을 굴려
"왜.. 네가 잘가라고 인사하니 그애가 안 받아주던?"하니
아이는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런 촌시런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
우리 애가 성격이 너무도 밝고 용감 충만하며 적극적인 것을 알기에
인사를 해도 지가 먼저 할 것 같아서 그랬는데.. 촌시럽다니..
알고본즉 ..
어떤 문제를 선생님이 구두로 남자애에게 먼저 물었고
어중간하게 모른다는 답을 했었는데..
사실 그 아이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으나
앞서 딸애가 틀린 문제라서
배려차원으로 모른다고 하여 선생님의 여유롭고 확실한 설명을 듣도록 유도했다는 것이었다..
'아주 괜찮은 녀석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알고말고 ..'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곳이 바로 천국이야.!"라는 말을 하면서
딸애를 힐금 쳐다보니 사춘기 딸애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것이 보였다..
속으로 그럴 때지..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났다..
베란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아침을 지으려 나오면서
오늘 아주 신선한 자극으로 저 꼭두새벽부터 인터넷 강좌를 듣는 아이를 보았다..
나도 그런 시절이 바로 엊그제였는데 ..라 생각했으나
거울을 보니 중년이 무르익어 노년으로 넘어갈 것처럼 흰머리가 내 눈 한가득 들어와
그 생각이 현실과 너무도 큰 강을 두고 흐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일흔을 넘기신 외할머니께서 경로당 화단가에 앉아계시다가
아이 업고 지나가는 새댁을 보면서
"마음은 나도 하나 다를 것 없는데 .."라며 탄식하시던 그 말씀이 기억났다..
인생.. 너무 짧은 것 같다.
이제 뭔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인생은 이제껏 달려오던 여분의 가속도로 끝을 향하여 계속 달리고 있으니 ..
가을날 아침은 늘 그렇듯 너무도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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