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눈이 내릴 것 같이 흐린
무료하기 그지없는 오후 4시같은 날입니다..
바람까지 없어
고운 모래땅 주변으로 흐르는 강물도
강 주변에 서 있는 갈대도
멈춘 시간 속 그림처럼 가두어버리더니
급기야 멀쩡하게 살아있는 저까지
그 멈춘 시간 속에 가두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마법에 꼬이지 않기 위해 당신께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바람이 쓸고간 흔적조차 없는 고운 모래바닥에
발목이 가느다랄 것 같은 새가 지나간 발자국이 찍혀있네요..
생명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멈춘 시간속 세계에서는
그것도 생명체의 흔적인지라 반갑기 그지없어
이름 모를 새가 남기고 간 그 발자국 위에 나의 발을 가만 가만히 올려놓고
그 새가 걷듯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모래가 물을 만나는 지점부터 새의 발자국은 보이질 않습니다.
이즘해서 하늘로 날아 올랐나 싶어
마지막 발자국에 한 발을 대고는 하늘로 머리를 들어봅니다..
흐린 하늘은 발목이 가는 새를 이미 품어버린지 오래되어
침묵하며 입을 닫고 있고 ..
저는 또다시 멈춘 시간 속에서
사람 모양의 양초로 변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빠져듭니다.
오늘은 감성이 아주 둔해지는 날입니다.
저는 감성을 통해 당신을 느낄 수 있는 아인가 봅니다.
당신이 아득해지는 날
오늘 같은 날이면
저는 시장통에서 엄마를 잃은 아이의 모습이 되어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서서
빙빙도는 세상과 함께 어지럽게 두리번 거리고 있습니다..
제게 이런 날이 아주 고통스럽다는 거
아버지께서는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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