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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버지 ..

오랫만에 낮잠을 잤습니다.

자고나니 해질녘이 되었고 

깨끗한 백지같은 푸른 도화지에

당신에 그리움이 노란 초생달처럼 떠올랐습니다.

 

방마다 불을 켜두고

라벤더 향초를 피워두고 나오면서

깨끗하게 비워진 가난한 마음으로 당신 계신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벌써 어두워진 골목에서

초라한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오시는 것을 보았고

저는 저녁이라는 시간의 세계 속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발견한 철학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몸은 약국을 향하고 있었으나

저의 정신과 마음은 현실에 빗장을 걸어두고

인식의 골짜기 골짜기 마다 피어나는 안개가

저 높은 산 위에 넓게 펼쳐진 하얀 구름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사람에 속한 정의감이나 소명의식이나 도덕성이나 사랑 .. 모두 ..  

자연 앞에 초라한 노인의 걸음같은 것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당신을 향한 사랑은 제가 당신의 사랑을 깨닫고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먼저 당신께서 제게 주신 귀한 선물이라는 확신이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를 생명으로 내실 때에 이미 선물로 제 심장에 넣어주신 ..선물

 

그러한 까닭으로 

어떤 깨달음 이전에도  

깨끗한 마음의 푸른 도화지에

당신에 그리움이 노란 달로 떠오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내 하늘 아버지시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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