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가는 길에서는 여러 길을 만납니다.
때로는 곧게 뻗은 신작로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이 화창한 봄날 아침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뜨거운 사막 한 가운데 갑자기 생겨난 모래언덕 아래서
오던 길도 가던 길도 모호해져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전같지 않게 요즘엔 그리 당황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걸어오던 길도 눈에 보여서 이까지 나아온 것이 아니니까요.
사막여우가 몸 가볍게 지나갑니다.
갑자기 그 녀석을 불러세워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지만
그녀석은 제 맘과는 달리 이 죽음같은 사막에서
같은 생명을 가진 동질성의 반가움 조차도 없나 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에서 저는 이 길을 훤히 꿰고 있는 것 같아
그 사실이 저로 더 이곳의 이방인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고개를 흔듭니다.
눈에 보이는 저 모래언덕을 제 마음의 눈에서 없이 하고
지금까지 오던 길의 방향대로 놓여진 제 발끝이 향하는 곳만을 바라봅니다.
조금도 당황하지 않는 폼이
저의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듯 합니다.
그래서 제 운동화에 가득 들어와버린 모래를 털듯 그리 털고
제 마음의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는 .. 어서오라 펄럭이고 있는 깃발 세워진 언덕을 향하여 ..
저는 다시 걸음을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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