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5

봄볕에 화사한 베란다 앞에 앉아서..

작은 아파트지만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라 앞베란다가 좀 넓은 편이다.

남서쪽을 방향으로 하고 있어 늦은 아침부터 종일 햇볕이 가득하다..

요즘 봄을 맞이한 그곳 식구들은 겨울잠을 깨고 부산한 생기를 머금고 있다.

겨울에 새식구로 들어왔던 허브둥치에서도 새순으로 3센티미터는 자라올랐고

나에게는 꽃인지 풀인지 여전히 구분이 모호한 선녀초님도

하루가 다르게 팔을 더 뻗치고 있다.

허브님께서는 인사성이 얼마나 좋으신지

물 한 바가지도 채 다 마시기 전에 시원한 페퍼민트향으로 감사함의 인사를 전하신다.. 

 

화창한 봄날..

따사로운 햇볕 아래 열어둔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까지 맞고 있으니  

이땅에 곤고한 짐과 시름하는 벗들이 생각나 미안한 마음에 시린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아침을 깨우던 그 새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빈 하늘엔 하얀 구름만 무성하고

한낮의 빛만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갑자기 하늘이 텅 빈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궁시렁거려본다.

하늘에 날으라고 날개를 받은 녀석들이 한결같이 다 게을러져

저 아름다운 하늘을 텅 비워놓고

모두 숲속에 들어가 낮잠이나 즐긴다고 ..

오늘 날짜 기억해 두었다가 다  일러바쳐야지..

 

그러는 내 속에 나는 

오늘은 왠 심통이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파랗고 빛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살아가는 이야기1 >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자기 ..   (0) 2009.02.26
내 마음 안에 심연(深淵)   (0) 2009.02.25
때로는 ..  (0) 2009.02.24
내가 사는 방법  (0) 2009.02.22
우리가 날아오르게 될 때 ..  (0) 2009.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