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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또 한 날의 시작 ..

일어나자 마자

어제의 일기를 지운다.

 

어제의 기억을 지운다.

 

새벽에

내 이마를 짚어보시고

이불 다시 바로 덮어주고 나가시는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일어나

 

책상 위에 펼쳐진

어제의 내 일기를 지운다.

 

노란 고무지우개 

쓱쓱 잘도 지워진다.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일기에 남은 연필자국 ..

 

그게 다 본디 내 모습이라는 거

깨끗하게 인정하며

아침부터 책상정리에 들어간다.

 

그 새

날은 밝아지고

 

정리된 내 책상 위에

하얀 도화지가 또 놓였다.

 

참으로 먼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