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 마자
어제의 일기를 지운다.
어제의 기억을 지운다.
새벽에
내 이마를 짚어보시고
이불 다시 바로 덮어주고 나가시는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일어나
책상 위에 펼쳐진
어제의 내 일기를 지운다.
노란 고무지우개
쓱쓱 잘도 지워진다.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일기에 남은 연필자국 ..
그게 다 본디 내 모습이라는 거
깨끗하게 인정하며
아침부터 책상정리에 들어간다.
그 새
날은 밝아지고
정리된 내 책상 위에
하얀 도화지가 또 놓였다.
참으로 먼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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