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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고속버스에서 ..

날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아주 까탈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야성이 강해서인지 

모르는 사람이 내 몸에 손대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편이다.

 

우등고속이 없었다.

나는 일반 고속버스를 타야했다.

 

우등고속버스에 익숙된 내 몸은

일반 고속버스 죄석이 앞으로도 옆으로도 좁아 불편했다. 

 

옆에 퉁퉁한 노처녀인지 새댁인지 모를 삼십 대 초반의 여자분이

옆자리였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부터

한 쪽 다리를 꺽어 한 발을 의자위에 두는 것이었다.

발등이 온전히 내 허벅지 옆 면에 닿는 것은 그 좁은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 ..

 

움추려 다시 자리 잡으니

꺽인 발은 점점 따라와 결국 처음보다 못한 상황 .. 

 

난 그녀의 발이 저리기를 기다렸다.

본디 몸이 차가운 나인지라 뜨끈한 그녀의 발등이 핫팩같았다.

냉방이 잘 안되는 차여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한참을 가다가 이런엔 다른 편 다리 하나 꺽어 놓으니

이젠 그 넓은 허벅지 면이 내 허벅지 옆면에 그대로 닫았다 ..  

점점 내 청바지 안으로 땀이 채이는 것 같이 꿉꿉해지는 느낌 ..

 

솔직히 짜증이 나는만큼 

몸의 표현을 자제하고 눈을 감고 인내해야 했었다.  

 

조선족 여인인듯 핸드폰으로 중국말을 막 해대었다.

난 소음에도 아주 내성이 약하지 않은가 ..

네 시간 반의 재수는 완전 꽝이다 싶었다.

 

내가 졸고 있는 사이 그녀의 두 다리는 정상적으로 아래로 향했고

어깨를 맞닿고 함께 졸고 있었다.

그런 자세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서인지 상체가 서로 닿고 있는 것은

그닥 거슬리지는 않았다.

슬슬 앞서의 짜증스런 기분이 미안해져왔다. 

 

부산에 다다르자 꺼져있던 불이 켜지고

긴 머리의 조선족 여인은 "언니! 수영가는 전철 지금도 탈 수 있어요?란

어눌한 우리나라 말을 하는 것이었다..

 

심한 미안함과 가슴 아픈 마음에 내 가슴이 화상을 입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따뜻하게 잘해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내리자 말자 인사할 틈도 주지않고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생각했다..

'난 나를 부인하며 이웃사랑하는 것이 여전히 힘들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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