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은 밤하늘도 달랐습니다.
붉은 가로등 아래 길게 누워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불빛들이 스쳐가고
학생들을 기다리는 학원차량 운전수들의 말소리도 들렸지만 ..
인생을 포기한 여자처럼 주변에 아랑곳 않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습니다.
아버지 가슴에 비쳐진 제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가 궁굼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비춰진 제 모습을 제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시험을 잘 본 아이가 채점된 시험지를 빨리 돌려 받아 확인해 보고 싶어하는 ..
그런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께서는 아시지요?
아버지!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싫어 어버지 계신 하늘나라를 바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원하던 것은 아버지와 하나되어 완전한 선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선이란 선함 자체를 존재하게 하신 당신의 뜻입니다.
그러나 저의 진정한 바램과는 달리 저는 여전히 바람에 영향을 받으며
아버지의 뜻보다는 저의 감정들에 꼭두각시가 되는 현실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
제 감정이 평온하고 마음에 고요가 찾아와 안정되고
아버지의 사랑이 제 마음에 선명하게 비춰지는 날에도..
이제는 어떤 선한 세계에 속하게 되었다라고 자랑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날 또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
아버지의 뜻이 그 바람소리와 흩날리는 제 머리카락에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음으로서
나타나는 모양은 달라도
저의 본질적인 면에서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제가 육체의 장막을 벗는 바로 그 순간까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든 ..
저에게까지도 제가 어떻게 보여지든지간에 ..
저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를 마음으로 입지 않는 순간엔
더도들도 아닌 영락없는 재를 뒤집어 쓴 초라한 여자아이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어버지 마음의 호수에 비춰진 어리기만 한 아이의 모습을 이리저리 상상해보다가 ..
유난스레 밝게 웃으며 차문을 열어 달려드는 딸애의 어리광에
저는 갑자기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아이가 자기 환경에 아주 만족해 하는 사실이 저에게 참 기쁘게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버지께 오늘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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